단편 추억

멧돼지 보호에 대한 유감

락운강촌 2018. 8. 10. 18:54



멧돼지 보호에 대한 유감

 

 

김영호

 

  군 복무 중이던 때의 옛 상관이 나에게 다가 오더니   

다짜고짜 나의 머리 부분을 내리치려 했다.

 

맞을 이유가 없는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오른 손을 왼 손으로 붙잡아  방어

했지만 그는 나머지 왼 손으로 나를 기어코 가격하려 했다.  

 

그 순간 나 역시 오른 손으로 그의 손목을 꽉 붙잡아 기어이 방어했다.  

졸지에 의 양손과 나의 양손이 힘겨루기에 돌입했던 것이다.

 

그의 양손을 놓치면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직면하여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양손을 붙잡고 잠시동안 버텼지만   

아뿔싸! 그는 왕년에 유도 선수 출신 꼭 멧돼지 닮은 거인이었다.

 

내가 끝내 무너지는 순간

 

! 그 위험한 장면은 다행히도 꿈이었다.

 

 

우리 집에는 장작(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으로 난방하는  

부엌이 있다.

 

겨우내 그 부억 아궁이의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뒷 야산에서 톱질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김씨!김씨~!’하고 부른다.

 

내가 김 씨이지만 나는 들은 척도 안했다.  

(이 동네에 전입온지 2년이 다 되었지만 누구도 나를 김 씨로 부르지는 안았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어엿한 김 원사로 불리다가 졸지에 김 씨라니 내가 대답하기엔 아직은 무리였다.)

 

그러나 또 김씨!김씨~!’몇 번이나 또다시 불렀다.

 

긴가민가하면서 '!' 대답하니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아저씨를 따라가 보니 가파른 언덕 저 아래서 올무에 걸린 멧돼지를  

치켜 올리며 나에게 앞다리를 붙잡고 끌어 올리란다.

 

얼떨결에 그 멧돼지의 두 팔(앞다리)

을 붙잡아 끌어 올렸다


아! 이래서 간밤에 그 멧돼지 같은 상관의 두 팔을 붙잡고 싸웠었구나!


아저씨를 도와 그 멧돼지 몸뚱이를 조각내 해체하면서 

불쌍하다는 연민 대신 지난 여름 우리 앞마당 옆에까지 침입,   

덜 익은 고구마까지 마구 캐먹은 멧돼지에 대한 그 얄미움에   

숫돌에 대여섯 개의 칼을 갈아 아저씨에게 번갈아 건네주었다.

 

내가 건네주는 칼로 아저씨가 멧돼지를 부위별로 토막토막 잘라내고 드디어  

간을 쪼개어 숯불에 구워 주변 주민들과 함께 술안주로 삼으려는 순간!  

(멧돼지는 야생동물 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야생 동물이고 먹는 자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데...... )

 

결국 500만 원짜리 이 한 점의 멧돼지 고기를 씹어 먹어야 하는 건가?  

이 얼마나 비싼 대가인가?

 

하지만 대한민국 법도 현실적으로 잘못되었다면 구태여 '악법도 법'이라면서  

굳이 따른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

 

도심지에까지 출몰하여 선량한 시민들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 많은 농작물을 훼손하여 수많은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이놈들을 언제까지 악법도 법이라고 우기면서 보호해야 한다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멧돼지 피해를 줄이겠다고 농지에 울타리를 쳐 봐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5mm 와이어까지도 끊어내는 멧돼지에겐 아무 소용이 없고   

특히 일본에서의 시험 결과 전기 목책도 2년 후엔 학습효과로 인해  

멧돼지는 금방 별것 아님을 알아채고 막무가내로 농지를 휘젓는단다.

 

이를 감안하여 일정기간 일정 지역에 사냥꾼들에게 포획 허가를 내주어  

멧돼지 사냥을 하게 해 주고는 있다지만 그것도 밤 열시 이전까지만  

허용(전라도 남원 순창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하고 있어서   

열시 이후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 멧돼지를 아예 잡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단다.

 

물론 멧돼지가 이다지도 극성을 부리는 현상은 서식지의 감소에서   

그 원인이 있다는 의견도 있고,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엄청난 산림이 사라졌고,

 

멧돼지가 좋아하는 구근류는 뿌리도 내리기 전에 들쑤셔 놓으니   

멧돼지 저도 못 먹고 사람도 못 먹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고라니는 잎사귀를 뜯어먹으니 종종 농장출입을 하여도 허기를  

면하고 갈 뿐이지만 멧돼지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어미가 농작물을 배로 쓸고 간 뒤 주렁주렁 따르는 새끼들이 싹쓸이 해버린다.  

농사도 개판, 야생동물도 배고픈 현실.

 

야생동물용 농사를 짓던지 아니면 좀 안됐지만 야생동물 개체수를 줄여야 하는데   

현재같이 어정쩡하게 야생동물 보호한답시고 있다가는   

야생동물도 농민도 서로 피해만 보면서 갈등만 증폭되고 만다.  

 

아저씨 덕분에 멧돼지 고기맛을 보았던 그 다음 해이던가

우리 밭에 잘 자라고 있던 찰옥수수를

그 멧돼지들이 와서 상당 부분 짓밟아 놓고 갔다.

동네 멧돼지 포획을 하가받은 분(허00)에게 부탁해

이틀밤을 지켰지만 헛수고였다.

 

나는 나머지 옥수수를 지키겠다고 마당 옆 주차장에다

라디오를 밤새 켜놓고 군대 시절 경험을 토대로 자신 있게

두세 시간 단위로 야간 순찰을 하고 있었는데

 

사흘째 되던 날 새벽 4시쯤

이제는 날이 밝아지니 더는 안 오겠지만 그래도 마무리 차원에서

마지막 순찰을 돌던 중


두 시간 전 순찰 시에도 멀쩡하게 서 있었던

옥수수 10여 그루가 안보여 결국 당했음을 확인하고는

참으로 지독한 놈들이라는 등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되돌아오는데


이미 내가 지나왔던 밭 옆 갈나무 숲에서 느닷없이 !’하면서

덩치 큰 두 마리가 산 중턱으로 치닫고 난 졸지에 놀라서 고함을

치고는....


그러나 너무 놀라서 두 발이 금방 떨어지지 않았다.

 

저 놈들이 나를 덮치려 갈나무 숲에 매복하고 있다가

내 손전등의 강한 불빛과 마주치자 순간 지레 겁먹고 잽싸게 도망쳤지만

만약 도망치지 않고 나를 덮쳤더라면....

 

아찔한 순간을 겪고 나니 뛰는 가슴이 얼얼하여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병나발로 마시고 있는데

아내도 새벽잠에서 깨어 사연을 듣더니 그 무지막지한 멧돼지를 만나고도

운 좋게 살아 왔으니 이제는 남은 옥수수는 과감히 포기하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오기를 부려 결국 몇 그루 남은 옥수수를 끝내 지켜냈지만

그 후 봄이면 옥수수를 심을까 말까 망설이게 되었다.

      

또 하나의 파생된 갈등.

 

한 동네에 허가된 사냥꾼(이들에겐 야생동물 보호법 위반자 적발   

임무도 부여되어 있음.)들이 올무로 한두 마리 잡는

이웃을 고발 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사냥개가 올무에 걸려 죽었다면서   

올무 설치 사실을 신고 안할 테니 개 한 마리당 700여 만원씩 내 놓으라고

윽박질러 사이좋던 주민 사이가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이 무슨 황당한 현상인가?

 

몇 년 전 뉴스엔 멧돼지로 오인, 동료 사냥꾼을 엽총으로 쏴 죽이기까지  

하였단다  

이래도 멧돼지가 과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하다못해 탁상공론으로라도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올해도 옥수수를 심을까 말까 고민하다 심긴 심었더니

멧돼지가 아니라 지독한 가뭄이 말썽이었다.


어쨌든 야생동물 보호법이란 건 개선되어야 하기에

누구가 이에 공감을 표하는 분이 출마하면 여든야든 무조건 찍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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