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라면을 처음 먹어본 건 초등교 3학년 때 홍천 아저씨댁에서였다.
그것도 특별손님에게나 대접하는 별식으로....
그 당시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가난한 우리로서는 감히...
라면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객지에서 자취할 때 반찬 만들 줄 몰라(귀찮기도 했지만) 소고기라면에
밥말아 먹다가 3개월 되니 식상증에 걸려 한 동안은 지나가다 라면 냄새가
나면 코를 막을 정도로 라면이 싫어졌습니다.
군대 가서 2하교 교육을 마치고 임시 휴가 때 당시 아직 군에 안 간
규남이를 비롯한 친구들이 찾아와 "무슨 음식이 가장 먹고 싶냐?"는 물음에
훈련 때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라면'이라고 하니까 한꺼번에 다섯 개를
끓여 주다라고..그걸 다 먹고 다음 날 서오릉 보안학교까지 복귀시
버스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인내의 한계와 함께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겪었던 그 고통을 생각하면....
그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인데 버스 하차하자마자 구대장으로부터
체육관 선착순을 당하던 연속적 고통!! 몸서리가 쳐집니다.
다음 날 아침 메뉴가 건빵이었는데 두 개째 깨물자 학과 시작 임박이라면서
"식사 끝!"
어느 전우가 주머니에 건빵을 한 움큼 넣고 나오다 적발되어
어제 저녁엔 라면 후유증 때문에 굶었는데 아침도 못먹고 또 선착순,
이런 비참한 대우를 어떻게 참아냈는지... 군대 안 간 여성 동문님들은
새삼 행복한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자식들에게 옛날 먹을 게 없어 굶주렸던 얘기를 해 주면 "그럼 라면이라도
끓여 먹지 왜 굶어요?" 한다.
어쨌든 정말 배고팠던 어린 시설에 이어 군대 훈련 받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비만의증'에다 무슨 질환 의증들은 오히려 행복이랄 수밖에...
먹는 것에의 행복과 고마움.
잠시라도 잊지 않기에 오늘 저녁 메뉴는 해물찜과 백세주..
가래올에서 백세주 한 잔 권해 드립니다.
옛 추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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