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 놀이
(후편)
락운강촌
2. 노골적 유혹
"..........명색이 몇 십 년 만에 만나는 신랑인데 그럼 당연히
끌어안고 진한 뽀뽀까지도 해야 하는 거지 뭘 그래?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뽀뽀는 그래도 참았구먼."
그랬다.
나는 그 옛날 소꿉놀이 때 일을 그저 어렸을 적 철없던 시절
불장난쯤으로 간과하고 싶었고, 비록 다시 만났지만
이미 서로가 결혼하여
엄연한 가정을 갖고 있는 점을 의식하여 서로가 기본 예의를 갖춘
상태로 지내고 싶었는데 덕순은 그게 아닌 듯 했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만난 듯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내심 부담....아니, 어떤 불안감마저 느껴졌다.
하긴 당시 덕순의 처지를 보면 나에 대한 그런 기대는 당연했었다.
- 덕순은 가난한 가정 형편에서 정말 고난의 행군으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왔고, 간호장교로 임관 후에도 아버지의 간경화 사망,
몇 평의 농토마저 어머니가 사기를 당하고 나서 동생 3명의 학비를
거의 혼자서 도맡아야 했단다.
이런 삶을 살아가면서 덕순은
‘어려서부터 온갖 시련을 겪다가 결국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여군 중령까지 되고 나서 이제 삶의 여유 좀 가져야 할 땐데
왜 이렇게 끝없는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러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회의에 빠지면서
이를 헤쳐 나가는 방편으로 서둘러 결혼도 하게 되었지만,
그 결혼은 무미건조한 삶을 바꾸는 방편이 되기는커녕
덤으로 남편과의 갈등만 겪게 되었단다.
맞벌이를 기대했던 남편은 결혼 후에도 아내가 동생들 학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보조하고 있는데 대해 은근히 못 마땅해 했고,
더구나 몇 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게 되자 종손인
시가(媤家)에서의 눈치에 편승,
옛날의 칠거지악까지 들먹이며 투덜댔단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덕순이는 사실 속궁합이 안 맞아(남편 것이 동양인답지 않게
지나치게 크고 굵은 반면 자신의 것은 남보다 적어 아프기만 할 뿐
긴 세월이 가도록 적응이 안 되어) 내심 쌓이고 쌓였던
불만을 폭발하면서 과감히 남편과 함께 검진을 받았는데...
결과(오래도록 아이를 못 낳는 원인)는 덕순이 때문이 아니라
남편 때문임이 밝혀지고.......
남편은 그 충격으로 발기부전증까지 오게 되었으며,
자연스레 덕순과의 주말 접촉마저 회피하게 되면서
근간 가끔 씩의 전화 통화 시에는 이혼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단다.-
그러던 차 옛 소꿉 신랑, 옛날 한때 자신이 만만하게 다루던
고향 소꿉사내 - 그것도 아랫도리 접촉(?)까지 있었던 남자가
옆에 와 있으니,
덕순으로서는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겉으로도 그 흥분과 기대 정도가 느껴져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덕순은 원래 어렸을 적부터 좀 이기적이고 털털하여 아마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주변으로부터 사나이답다는 평을 들었음이 분명했다.
그런 성격답게 며칠 후 일과를 마치고 자가 차량을 몰아 내 숙소인
관사까지 사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방문했고,
더구나 간호 보조사 출신인 내 아내와도 금방 친해지고는
느닷없이 일반전화를 가설해 주겠단다.
'80년대 초반 당시에는 일반전화가 그리 많지 않았고, 특히 군 간부들은 필요시 군 부대 교환을 통해 일반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일반전화 있는 집이 흔치 않았기에
우리 아내는 겉으로는 사양하면서도 내심 웬 횡재냐는 듯
입술 끝이 귀밑에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물론, 나의 순진하기만 한 아내는 고향 출신으로서의 호의만으로
받아들일 뿐이었으니 좋아하는 맘이 당연했겠지만
그 속셈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로서는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 차라리 괘씸하기까지 했다.
며칠 후 일반전화가 가설된 후 마음속과는 달리 겉으로는
인사치레라도 해야겠기에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덕순을 찾아 갔는데...
" 고마워. 그런데 솔직히 말해 봐. 왜 우리 집에 전화까지 놓아 준
거야?"
" .......... "
" 나한테 전화하려면 군 교환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호출기(당시엔 삐삐라고 불리었다.)도 있고...
" 교환을 두 군데나 거쳐야 하고 솔직히 교환을 통하면서
너희(군 수사기관)가 중간에서 감청하잖아.
누구라도 자신의 사생활이 남에게 체크된다는 건 아주 불쾌해."
(지금은 개인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정보기관의 감청이 없어졌지만
사실 당시만 해도 덕순의 지적 그대로였음이 사실이었다.)
" 전화 안 하면 되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긴급한 비밀통화를 해야 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 호철아! 넌 어려서도 아둔하더니 여전히 아둔하구나."
" ....(아둔?).........? "
" 내가 오죽 네가 필요하면 너에게 전화까지 가설했는지 정말 전혀
감이 안 오시는가?"
농담 속의 진담 같은 힐문에 내가 할 말이 없어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아둔하다는 핀잔을 들었지만 아둔한 척 하지 않을 수 없는
내 심정을 너는 왜 모르냐?
나는 엄연한 한 여자의 남편이며, 슬하에 이제 한창 귀여운 자식들이 있고
이런 우리 가정의 행복을 지켜야 하는 한 가장이다.
특히 공인으로서는 매사 모범을 보여야 할 군 정보수사기관원이란 말이다.)
덕순의 처지는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람에게는 감(感)이 있는데 솔직히 그 감이 석연치가 않았다.
그래서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덕순이는 이마저 여성 특유의 예리한
감각으로써 내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 그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왠 전화가 와서
받으니 아무런 말도 없이 포르노 비디오 음향인 듯 거친 숨소리와
오르가즘에 숨넘어가는 여자의 콧소리만 들리는 거야.
놀라서 얼른 전화를 끊고 아예 코드 째 뽑아버렸지만
그 여운이 급속히 내 몸에 번지더니 갑자기 혼자 사는 여자로서의
고독이 밀려와 미치겠는 거야.
솔직히 누구와 통화라도 하면서 위로받고 싶은 절실함이 사무쳤는데
그때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너였어.”
마치 금방 눈물이라도 펑펑 쏟을 것 같은 덕순의 절절한 호소에
맘 약한 내 가슴이 금새 아려 왔다.
차라리 이성(理性)을 잃고 이 가엾은 여인을 감싸 안고 위로해 주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아니 솔직히 일종의 견물생심 같은 욕망이었는지도.....
하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예고되는 고통의 응어리가....
결단성 없는 성격(흔히 B형 혈액형의 전형적인 단점이라고도 하지만),
계속 아둔한 척 언제까지 거부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무작정 감성에 맡긴 채 외로운 소꿉각시를 위로해 줄 수밖에
없는 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싫어졌다.
며칠 후 병원 체육의 날 행사를 맞아 주요 직위자들이 모여
부부동반 테니스를 치던 날.
덕순이는 남편이 멀리 있어 오지 못하자(물론 아예 초청하지도 않았지만)
혼자 참석한 나와 자연스레 짝이 되어 혼합 복식 경기에 임했다.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날씬하면서도 은근한 풍만함을 내뿜는 몸매.
또 엉덩이가 치켜 올라 길게 보이는 각선미.
이를 뽐내기라도 하려는 듯 조금은 더 짧은 미니 테니스 복.
경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앞 분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척 하면서도
덕순의 매혹적인 몸매를 티 나지 않게 잠깐잠깐 훔쳐보고 있는데
눈치 빠른 덕순이 나에게 좀 더 다가와 감히 내 다리털을
쓰다듬기까지 하면서 노골적 은근한 미소까지 보냈다.
(싫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보는 앞인데...쑥스...)
@ (후편 3)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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