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황홀한 소꿉놀이

소꿉놀이(후편 4, 불안한 희열)

락운강촌 2012. 5. 28. 14:20

'황홀한 소꿉놀이' 후편 


 


 

 
소꿉 놀이
(후편)




락운강촌

4,불안한 희열


한참의 격렬한 소나기가 지나간 후

귓속을 파고드는 무지개 같은 덕순의 속삼임.


“ 너무나 고마워. 이런 여자로서의 희열은 처음이야.”

“ 그렇게도 좋았어?”

“ 전에 얘기 했잖아. 사실 남편과는 너무 아프기만 해서 

    차라리 공포 그 자체였어.”

“ 결혼 이전에는 남자도 못...아니, 사내 맛을 못 봤어?”

“ 장학금은 아무나 받냐? 난 정말 한 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  왔어.

   독신으로 살려다 결혼하면 고달픈 내 인생이 좀 달라질까 해서 하긴 했었는데

   정말 그건 착각이었어.

   흔히 성격이 안 맞아 이혼한다고들 하지?

   그건 오늘 내가 경험해 보니 속궁합이 안 맞는다는 의미인 것을  

   확신하게 됐어.


   너.. 요거 정말 나한테 아주 딱 맞아.

   이런 속궁합은 아마 이 세상에서는 드물 거야.”


“ 그럼 나도 고백할 게."

“ 뭐든지 말해 봐. 나 네 말이라면 다 들어줄게"


“ 아니, 뭘 해 달라는 게 아니고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아마

   너도 너 자신의 천부적 기능을 모르고 있을 거야. 그러니 다음에 물어 볼 게."


“ 야, 내 성질 몰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안 그러면 밤새 괴롭힐 거야."


정말 신기했다.

사실 난 한때 미래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다짐했던 윤옥으로부터

버림받은 충격을 핑계 삼아 의도적으로 자학하면서 타락했을 때를 포함,

이성과의 잠자리가 좀 많은 편이었다.

- 오로지 자신의 처에게만 동정을 바치고

  늙어 죽을 때까지 아내와만 관계한 분들과 견준다면 -


하지만 덕순이 같은 명기(名器)는 만난 적이 없었다.



중국 고전 에로소설(?)에서나 묘사되는 무슨 지렁이 몇 천 마리가

빨아대는 것 같다거나 또 일본말로 

'긴자꾸'란 말은 그저 이야기 속에서의

과장 표현인 줄로만 알았었다

(100명에 1%의 확율이니 대부분 남자들은 평생에 진짜

긴자꾸는 만나기 힘들어 100명의 여자와 연애를 해야

한번쯤 제대로 만난다는 말도 있듯이 

아주 드물다고 했다.)


그러나 덕순의 몸은 정말 그런 그 묘사의 단어와 어휘 그 자체였다.

특히, 술 취했을 때엔 시간 조절이 

내 맘대로 되었었는데

덕순이와는 그게 결코 용인되지 않았다.

나는 그 실체를 확인해 보고 싶은 갈망을 고백하려 했던 것이었다.


이후

이미 나에게 그런 코뚜레(소의 코를 뚫어 설치한 나무장치)를 

설치한 덕순은 이리저리 맘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아예 자신이 진정한 여자로 새로 태어났다면서 우리끼리는 이름도

‘소윤’이라 고쳐 불러달라고 했다.


일과 후마다 불러내어 한 달에 걸쳐 자가용으로 운전연습을 시켜

이미 운전면허까지 취득했는데도 코스를 숙달해야 한다면서 

지역 내 명소를 순례하다 어두워지면 한적한 곳을 찾아 

이른바 카섹스까지 즐기곤 했다.


평소 한적한 도로를 지나가다 길가에 세워진 차가 요동치는 것을 

보게 되면‘저것들이...말세다 말세..’하면서 못마땅해 했던 내가 

망가져도 너무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갑자기 난립하고 있는 모텔들은 

대부분 손님 유치 목적으로 숙박계를 적지 않아 

우리로서는 자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었다.


거의 날마다의 불안한 소윤과의 희열.


그러나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인 나로서는 아내에게는 이 핑계 저 핑계.

업무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이라도 마신다는 핑계를 댈 때는

귀가 시에 옷에다 일부러 맨 소주까지 뿌리고...

더 교묘하게는 덕순이..아니 소윤과의 1차 관계 후 

아무리 피곤해도 반드시 아내에 대한 야간 의무에 더욱 철저해 

불륜 의혹을 사전 아예 배제했다.

또 대부분 22:00 이전에 귀가하기까지 했고......


그러던 여름 어느 날 밤.

오랜만에 밤 열시를 넘겨 깊은 밤에 우리는 광능수목원 '침엽수원'에

몰래 잠입했다.

열대야 현상에도 불구, 그곳은 깊은 숲속이라서 서늘했다.


“ 여기 이 나무를 잘 봐. 이 부분을..."


소윤이 가리키는 곳을 미니 손전등으로 비춰 가면서 상세히 관찰했다.


“ 신기하다. 꼭 거기 같네!"


정말 그랬다.  이렇게도 닮을 수가 있다니?


“ 잘 기억 해놔."


  (낮에 와 봐도 숲속이라 컴컴한데 밤중에 끌고 와서는 뭘 어떻게  

   기억하라는 거야?)


혼잣말로 투덜댔다.


부엉이를 비롯한 밤 짐승들 울음소리가 심야 숲속의 무서움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소윤이는 그 신비한 나무로부터 북쪽으로 정확히 

아홉 번째 그루를 세어 그 소나무에 기대서더니 가만히 눈늘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 (5부)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