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가(代價)
입맞춤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손은 치마를 걷어 올려
노팬티를 확인하였지만.....
직립 섹스는 강간이었다면 사나이 야성미를 느낄 수 있어 더 좋았겠지만
우리는 그저 서로의 깊은 갈망의 정도만 확인한..
그리고 색다른 체위를 경험했다는 의미로서의 추억 하나만 만들었을 뿐.
그러나 이 장소는 아주 중요한 장소였고,
소윤이가 나를 밤중에 여기까지 데려온 엄청난 중대한 이유가 있었다.
계절도 바뀌어 낙엽 지는 늦가을 쯤
전화를 받은 우리 직원이 누가 나를 찾는다면서 바꿔주었다.
“ 녜. 전화 바꿨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아, 나는 덕순의 남편 되는 이한석입니다."
“ 아, 예, 존함은 들어서 잘 알고 있는데.. 어쩐 일로?"
“ 좀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는데 나오시겠습니까?
드디어 그 날이 닥쳐왔다.
똑똑한 소윤이는 몰랐을지라도 아둔하다는 나는 처음부터 예감했었다.
다만 예지되는 방어본능을 무시한 채 스스로 코뚜레를 감수하고
소윤에게 기꺼이 고삐까지 쥐어 준 죄.
그 죄가 나에게 처참한 대가(代價)를 치를 것을 요구해 왔다.
“ 물론 우리 부부는 어차피 이혼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법적으로 우리는 엄연한 부부이니 남의 마누라와
재미를 본 값은 치러야 하지 않겠어요?"
“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사나이답게 아내의 요구대로 이혼하면 되지
치사하게 헤어지는 마당에 좀 지저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 긴 말 필요 없고, 서로가 돈 없는 군인으로서 많은 액수를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정신적 피해 보상금조로 한 장만 깨끗이 해 주면 저도
깔끔하게 이혼 수속을 밟겠습니다. 기한은 두 달 후 오늘 날짜까지고
만약 거절하신다면 정식 소송보다는 말없이 귀사 감찰실로 민원을
제기하겠습니다."
“ 당신 문슨 증거로...? 아니 됐습니다. 그냥 들어가세요.”
“ 아, 증거요? 정보수사기관원을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가 덤비겠습니까?
그쪽 병원서 근무하던 간호장교 2명의 진술과 흥신소를 통해 확보한
증거물이 충분하니까 더 이상 버티려는 헛수고는 않는 게 현명하실 겁니다."
(아예 일침을 가하는 저 교활함. 새삼 치가 떨려 왔다.)
이한석의 통고를 받았던 그날.
나는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소윤의 요구 일정에 맞추어 왔던 바와는 달리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사후대책을 의논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남편이란 자를 치사한 놈이라고 욕할 그런 여유가
없었고, 소윤이도 말만 하지 않고 있었을 뿐, 이미 모든 걸 각오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빠른 결론을 도출해 냈고, 당장 실행에 옮겼다.
“ 소윤아, 너도 이미 각오했었구나."
“ 정말 치사한 놈, 자신이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 놓고 시간만
질질 끌기에 눈치는 채고 있었어."
“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내 가정이 온전할 수만은 없다는 데까지도
피할 수 없으니 감수하려고 해."
“ 정말 너에게 미안하고 또 한없이 고마워. 우리 함께 힘내자,
내가 미리 확인해 보니 석 달 후에는 우리 둘 다 연금 대상자에
턱걸이 하더라. 최후에는 전역도 불사해야 하는데 다만 그 놈이
정한 두 달이라는 시한을 어떻게든 한 달만 더 연장해야 해."
“ 그런 준비까지 다 해 놓고 있었다니 역시 너답구나."
“ 그리고 지금부터 아주 중요하니 잘 들어.
전 번에 광능 수목원에서 내가 잘 기억해 두라고 당부했었는데
잘 기억하고 있지?"
“ 그래. 하도 특별히 강조하기에 생생하다.”
소윤이가 이사하여 초·중학교를 다닌 지역은 38선 이북으로 해방 후
6·25 전쟁 휴전 이전까지는 북한의 통치구역이었다.
당시 그 짧은 기간이나마 면 인민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주민들에게
악독한 짓을 일삼던 '한욱건'이란 자가 있었는데
그는 전쟁 말기 북한군 퇴각시 동행, 단독 월북하였고,
그 가족이 남아서 몹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단다.
소윤의 학교 시절,
그 집 둘째 딸 난숙이란 동창생(나이는 한 살 위였다고 함)이 있었으며,
둘이는 가정 형편이 가난하면서도 공부를 잘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가운데 단짝으로 지냈었지만 난숙이는 고교 진학할 쯤
어느 날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졌고, 소문으로는 월북했던 아버지가
밤중에 나타나 가족들과 함께 야반도주를 했다고 한다.
내가 병원으로 파견되기 몇 개월 전,
그 난숙이가 느닷없이 소윤이를 찾아와 하룻밤 함께 자면서
우정의 재회 시간을 가졌고,
때마침 소윤의 남편도 주말을 맞아 집에 와 있다가 서로 접촉하게
되었었는데 막상 난숙이가 떠난 후 이상한 일이 있었단다.
@ (6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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