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꽃뱀 난초꽃에 속아 우는 남성들

락운강촌 2009. 2. 21. 16:47

 

 

꽃뱀 난초꽃에 속아 우는 남성들


강촌 김락운


난초(Orchid/蘭草)!


 

난초는 꽃 모양을 꿀벌 암컷처럼 만들어 수펄(한글과 컴퓨터 사전 에는 '수벌'의 잘못이라지만 그대로 '수펄'로 사용함)을 끌어들여 꿀 한 방울 주지 않고

남성 꿀벌을 기진맥진하게 한 채 이용만 하는 이른 바

꽃뱀이다.

 

 

화사한 색깔의 꽃뱀은 징그럽기나 하지 난초는 예쁘고

아름다워 실감도 안 된다.

하지만 난초꽃이야말로 수펄에게는 쏴 죽이고 싶은 얄미운 족속들이다.

(아마 수펄들은 ‘총 맞은 것처럼’ 노래 가사만 들어도 정말 독 총을 쏘고 싶을 것이다.)


인간 세계에도 수많은 난초가 있다.

많은 남성들이 당했었고, 지금도 속고 있고,

앞으로도 또 울어야 할 수컷들이 많다.


나도 이미 어렸을 때인 고등학생 때 그 난초에게 당했었다.


 

여름날 곡마단 서커스 공연에 운집된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뒤꿈치

들고 서서 관람하고 있는데 나보다 키가 한 뼘이나 큰 여성이 내 옆에

바짝 붙어서 가슴으로 내 뺨을 비비어댔다.

처음에는 만원 버스에서 어쩔 수없이 접촉하게 되는 것처럼 구경꾼들간 복잡해서 저절로 생기는 신체적 접촉이겠거니 여겼었지만


얇은 브로드(broadcloth) 속에는 가슴 헝겊 안경도 쓰지 않아 그 탄력적 보드라움을

뺨으로 그대로 느끼면서

그로 인해 목젖이 꼴깍대고 점점 콩닥거리는 가슴 땜에 서커스가 눈에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그 여인에게 이끌려 어두컴컴한 구석진 곳으로 유인되었다.


“가진 돈 다 내놓지 않으면 이 사실을 너희 학교에 신고하고

 부모님에게도 알려 버릇을 고쳐 놓겠다."


결국, 당시 학생인 나로서는 거액의 미니 라디오 살 돈을 소지하고 있다가 아깝지만

고스란히 바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난한 학생이 뭔 돈이 있다고... 전 재산이라야 겨우 몇 푼의 용돈인데 그것까지

노리다니?

난초는 아름답지만 무자비했고, 예쁘지만 지독한 이기주의자이고 흘리는 눈물은

전액(全液) 가짜다.


86년 아시안 게임 때쯤 모 유부남 대위가 난초의 꽃뱀행각에 걸려들어 결국엔 장교

탈영이란 불명예를 안고 헌병 수배를 당하는 꼴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 난초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룸-사롱(saloon)에서 불러 준 아가씨에 불과했었다.

같이 술 먹고 노래 부르고....그렇게 놀다 마지막 코스(잠자리)로 유인했는데...

그녀는 예상과는 달리 꽃값을 두둑하게 준다는데도 아주 완강히 거부했단다.


자기는 다른 아가씨들과는 달리 단지 양주마시고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

왔을 뿐이고,  사실은 모 군사령관의 수양(收養)딸인데 더 이상 치근대면 신상에

안 좋을 것이라고 공갈까지 쳐댔단다.


그 대위는 군사령관의 수양딸이라는 데에 몸이 바짝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진급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 특히 소속 부대 경쟁자들이 사관학교 출신들이라 일반 출신인 자신으로서는

1년 선배 격임에도 도통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장군의 수양딸이라면 잘만 사귀면 진급은 따논당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양딸이란 신분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테이트를 신청했지만 그녀는 몇 차례나 시간이 없다면서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게 아닌가?


더욱 몸이 달아 초조해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반갑게도 전화를 걸어

왔다.

"오늘 밤도 시간이 없지만 내가 투자한 시내 각 점포를 돌아다니며

이자 수금을 해야 하는데 보디 가이드를 해 주면 고맙겠는데...

괜찮으시다면...함께 갈래요?"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당일 당직근무까지 바꾸고는 기꺼이 시간을 내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열 서너 군데나 돌면서 이자를 수금하고는

수익이 많다고 기분 좋다면서 수고 명목으로 술까지 사 주고....

그러나 술은 얼마 안 마셨는데도 취한 척 쓰러져 할 수없이 여관으로

모시고(데리고) 갔는데...


하지만 귀하신 몸(장군 딸)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어

잠 든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망설이고 있는데

잠결인 듯 옷을 벗어 내팽개치더니 잠시 후에는 춥다고 안아달라고 하니....

가뜩이나 주눅 들어 있었지만 때는 이 때다 싶어 레슬링 선수도 아니면서

레슬링을 하고 말았다.


일단 첫 만남 이후에는 그들의 데이트는 거의 매일 밤이었으며,

그렇지만 정말 장군 딸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었는데

어느 날 저녁에는 아빠가 온 가족동반 모임이 있지만 엄마가 아파서

대신 거기에 참석해야 한다면서 데이트를 거절했다.


그는 정말 군사령관 일정에 그런 모임이 있었는지 군사령부에 전화해 보니

그런 일정은 사실이었고,

다음 날에는 군사령관 전속부관이란 자가 전화를 걸어 와 당부의 말까지 전했다.

" 어제 따님이 당신 얘기를 하던데, 군사령관님이 아시면 큰일 나니까 입 조심하는 게

대위님 신상에 좋을 겁니다."


그는 이 두 가지의 거짓말만으로도 그녀의 신분을 확신하고야 말았다.


단순하기만 한 군인의 특성을 지닌 그로서

그녀가 미리 점포에 돈을 뿌리고는 그가 보는 앞에서 이자를 수금하는 양 했으며,

역시 미끼로 나꿔 챈 전속부관을 통해 군사령관 신상정보와 일정을 확인하였고,

어떤 또 다른 군인으로 하여금 전속부관을 사칭한 전화를 걸게 하여 

그의 입까지 봉했던 것임을....

이런 사실을 미행을 해보지 않은 이상 어떻게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그 후 그는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그 난초 꽃뱀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동안 순진한 아내는 남편의 바람기가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라면서

어느 사이비 종교에 더욱 심취되어 전 재산을 교주에게 헌납과 함께

"제발 남편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사는 냉정하여 아내의 그런 소원과는 정 반대로

그는 재산을 종교에 헌납한 아내와 다투면서 더욱 멀어져 갔고

반사적으로 난초 꽃뱀에 대한 믿음과 의지는 더욱 굳어져 갔다.


결국, 그는 부모 재산까지 가져다 그녀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그 당시로서는 고액의 휴대폰을 사주고 외제 화장품은 진작 선물했고,

심지어 자가용까지 사 주었다.

그리고 진급 로비 자금조로 또 몇 장이나 건넸다.

총 얼마를 투자했는지도 계산마저 복잡했을 정도다.


아마 그렇게나 바라던 진급이 됐었더라면 그 난초는 행방불명되는 대신

그의 남은 피까지 빨아먹었을 것이겠지만

진급 비선 소식을 듣자마자 어디로인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세상의 난초들아!

아무리 그대들이 비정하다 하나 불쌍한 군인들만은 제발 건드리지 말아다오!

이 넓은 세상에 돈 많은 수컷들이 얼마나 쌨고 쌨는데

하필 진급에 목매는 불쌍한 군인들을 손대다니....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다고 그렇게 무참히 짓밟고 꼭꼭 숨어버리는 거냐?



작년 9월경,

우리를 놀라게 한 탈북자를 가장한 북녀 에미나이의 난초꽃 행각.

그 에미나이도 우리 불쌍한 군인들을 철저히 농락했다.

 

사실 우리 초급 직업군인들이야 박봉에 시달리며, 특히 총각들은

근무하고 있는 전방지역 인근 마을에 처녀가 한 명도 없어

이성교제조차 어렵다.

어쩌다 처녀가 있다고 해도 임무 수행에 전념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다.


식사도 5분 만에 해치우는 그런 성질 급한 그 군인들로서는

난초꽃의 진위를 가릴 틈마저 없었기에

보다 대담한 난초 행각을 벌이는 그 북녀 에미나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먹이 감이었으리라.


아무리 그녀의 말투가 거칠고 그리 예쁘지 않더라도 북의 비아그라인

천궁백화(天宮白花)로 녹여 주는데야 당하지 않을 사내가 어디 있었겠는가?


한때의 쾌락에만 몰입되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그녀 정보 요구에 협력한

죄의 대가로 남은여생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조국에 불충했지만

뒤늦게나마 그 난초에게 속은 울분에 피를 말리는 옥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 군 정보 수사기관에서 만약 그 난초꽃 정화의 실체를 모른 채 방임하고 있었다면

우리의 안보는 풍전등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일반 비밀이야 햇볕정책 추진에 따라 북을 방문한 남측 지도자층 인사들이

호텔서 묵으면서 깊은 밤 야한 옷의 미녀 안마사들로부터 온몸으로 녹여주는 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더러 넘어갔겠지만


난초꽃 정화를 검거함으로써 군사비밀은 최소한 보관 실무진의

보호의지가 확고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오랜만의 여간첩 검거로 정보수사기관의 간첩검거 의지도 고조되었다.

조만간 더 큰 간첩조직도 기어코 검거하여 철벽같은 국가 안보 기틀을

복원해 줄 것을 확신한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난초 꽃들도 있다.


역시 작년 9월 말에 경찰과 기무사의 공조수사로 그 전모가 드러난 바에 의하면

경찰 마누라가 남편의 신분증 복사물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여경 행세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역시 대상은 직업군인이었는데 그 대상이 무려 20여 명.


그 여경 난초는 붙잡힐 때에도 군 관사에서 20대 젊은 장교와

동거하고 있었다.

그녀는 버젓이 경찰 정복 1벌, 근무복 2벌, 흉장 1개를 옷장에

비치해 두고 있었고,

이런 경찰 복장에 경찰 신분증까지 내 보이니 모두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여경 난초는 모 부사관에게 결혼하자고 유혹해 5천만 원을 사취했고,

어느 대위로부터는 휴대폰을 선물 받고도 모자라 아예 통화요금까지 지불하게

하는 등

하여튼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의 군 간부들을 요리조리 농락했다.


우리들이 이런 난초들만 매정하다고 탓할 게 아니다.

아무리 난초들을 욕하고 미워해도 그녀들로서는 그게 삶의 쾌락이고 생존수단이다.


그리고

꽃뱀에게 당한 군인을 비롯한 젊은이들을 탓할 게 아니다.

성 문란 사건으로만 치부한 채 쉬쉬하는 데에 급급하는 것도 사후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사회 물정을 많이 접할 수 없이 오로지 입시 위주 공부나 하다가

이제 막 복잡한 생존경쟁에 뛰어든 우리의 아들들이

너무나 순진하고 단순하여

난초들로부터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있는 현상과 관련,


그동안 입시 공부로 억눌렀던 이성에의 접촉 본능과

특히 원정화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대학가와 사외에서의

북한에 대한 환상에 젖어 해이해 질대로 해이해진 안보감각 하에서

북측이 남파 난초 여간첩의 노림수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고 있으며,


또한, 장기화 조짐의 경제 악화 여건에서 젊은 돈 있는 남자를 목표로 한

난초 꽃뱀이 극성을 부릴 시점임을 감안,


또다시 난초꽃에 속아 우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까지의 관련 사례를 모아 사랑하는 내 자식들에게 널리 소개하고

교훈과 대처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강구토록 유도하는 노력을

다 해야 진정한 귀한 아들의 건실한 삶을 위한 자구책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