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소주잔 속 군대 이야기 3)
강촌 김락운
☆ 그렇게 착하기만 했던 그 사람이 우째 그런 짓을?......

요즘 경기 서남부 7명 연쇄 살인자 강호순의 행적에 대해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특히 강호순 거주 동리 주민들은 그렇게도 착하고 법
없이도 살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그런 짓을 했다니?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고 당황스러워 하기까지 한다.
도대체 인간의 간악함은 어디까지인가?
군인들도 그렇다.
군인들 모두가 착하다. 감히 나는 그렇게 단언한다.
그 착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성선설(性善說)에 망설일 필요도 없이 찬성표를 던진다.
아무리 악독한 지휘관도, 중견 간부도, 아무리 고약한 선임병도
알고 보면 참으로 온순하고 국가관 투철하고 강한 준법정신에
상경하애(上敬下愛) 정신 등 모든 면에서 모범적 인간들이다.
그렇기에 어쩌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설마 그 사람이 그랬을까 하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군 간부들은 평소 고독하다.
항상 비상 걸리면 즉각 전투태세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휴무일에도
남들 다 가는 가족동반 나들이도 제대로 못 간다.
물론 병사들도 휴가가 아닌 이상 위수지역 이탈금지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간부들은 그 기간이 장기간 내지는 평생이다 보니 본가를 비롯
친인척 애경사는 물론 사회에서 그렇게도 친했던 친구 부모 초상에도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참석 못하다 보니
어느새 따돌림 받으면서 외톨이가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봉급이나 수당을 더 많이 받은 것도 아니기에
그저 군에서 제공하는 공짜 관사라도 감지덕지 살아가다 보면
고독한 삶과 더불어 성격마저 단순해져
행여나 주변으로부터 자존심을 침해당하게 되면
즉흥적으로 격해져서 물불 안 가리는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마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 내가 아는 그 군인도 그랬다.
평소 얌전하고 중견 간부로서 윗분을 잘 모시고 휘하 병사들에게도
인격적으로 대하여 전역한 병사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였고
주변 동료들로부터도 일 잘 하고 사생활도 건전하여 장래가 촉망된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특히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26세 애인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여
비록 34세 늦장가이지만 조만간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관계가 진전되던 어느 날
애인과 스킨십을 하다 보니 보드라워야할 애인 피부는 도톨도톨 거칠어 있었고
꽤 긴 교제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좀 더 깊은 속살 애무를
한사코 거부한 채
자꾸만 뭐가 그리 급한지 결혼만을 독촉해 오는 것이 아닌가?
뭔가 이상하여 확인해 보니 ‘건선 피부병’이란다.
전염 되는 질환도 아니고, 유전 여부는 아직 학술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부모를 따라 자식 몇 명이 발병되기도 하며
특히 완치도 잘 안 되는 고질병이란다.
꺼림칙하여 데이트 횟수를 줄이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를 알아차린 애인은 점점 더 빨리 결혼 날짜를 잡자고 채근 댈 뿐만 아니라
마치 이미 자기 남편 바람기를 감시라도 하는 듯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뭔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특히 동료들과의 회식 시에는 회식 장소는 어디이고 참석자는 누구이며,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가 누군지에 대해 앙칼지게 캐묻는 등
마치 의부증 환자 같았다.
그날 밤에도 그 애인은 사전 연락도 없이 심야인 00:20경 지방에서
열차편으로 서울역으로 상경해서는 느닷없이 만나자고 했다.
마침 그날 당직 근무 중인데 무작정 올라오면 어떻하란 말인가?
왕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후임 간부에게 사정사정하여 겨우 당직을
인계하고는 부랴부랴 서울역으로 달려가 자신이 사는 전셋집으로 데려 왔는데,
그녀는 만나자마자 왜 늦게 왔냐는 둥 이제 와서 왜 피하려고만 하느냐는 둥
그의 사정 얘기는 들은 척도 않고 앙칼지게 몰아 세웠다.
그도 화가 나서 더 이상 대꾸도 하기 싫었다.
악이 치받친 그녀는 양 부모 인사까지 하고도 결혼해 주지 않는다면
장군인 이모부한테 얘기해서 군대생활 종치게 한다고까지 지껄였다.
그도 더 이상 참지 못해 그녀의 뺨을 갈겨 버렸다.
“이년이 뭐라고? 장군이라면 내 군대생활까지 좌지우지 하는 줄
아는 모양인데 그럴 수도 없지만 더 이상 허튼 짓하면 가만 안 둔다!“
한참이나 그렇게 싸우던 중
그녀는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면서 무슨 약(트라마돌과 웰부트린 각 15알로 밝혀짐)을
삼키고는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단독주택도 아니고 다가구 주택인 점을 감안, 그는 우선 그녀의 입을 막아 소리를
막았지만 반항이 너무도 심해 입을 테이프로 봉한 후
우선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이불로 덮어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었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부자리를 걷어내고 보니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 내가 사람을 죽였다니? ”
그는 당황하여 마침 응급구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었기에 인공호홉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보았지만 이미 약기운이 퍼져 있어서인지
재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저지러진 일!
그는 냉장고에서 냉수병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절대 냉정하자고 스스로의 흥분을 진정시키고 또 진정시켰다.
며칠 후
결국 그는 군경 합동수사를 통해 살인사건 전모를 밝힐 수밖에 없었고
언론을 통해 엽기적 사건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말았다.
아무리 살인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응급구조사 자격증 소지 등 항우울제 다량 복용시 사망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사망자 실신 직후 긴급 후송하지 않고 오히려 손목 동맥 절단을 시작으로
사체를 톱과 칼로 20여 토막으로 분리해 인근 저수지 등 10여 곳에 분산해서
유기하고 새벽 열차표까지 구해 철저한 알리바이를 조작 했던 점 등
‘살인 및 사체 유기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
그는 사체를 토막 내면서 발생되는 모든 부산물을 믹서기에 갈아
하수구로 흘려 내보내기까지 했단다.
그가 그리도 악랄한 인간은 아니었다.
발단은 서로가 격분을 참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 연인들이 당시 화내기 전 생각해야 할 9가지 중 한 가지라도 실천했더라면
결코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천하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군생활 과정에서 다소의 도움이라도 되길
기원하는 심정으로 그 아홉 가지를 소개합니다.
♤ 화내기 전 생각하여야 할 아홉 가지 ♤
1. 극단적인 표현은 삼간다.
“ 저 사람과는 끝이야!” “열 받아 미치겠어.”대신
“ 기분이 좋지 않다.”는 정도로 말하자. 표현에 따라 기분도 바뀐다.
2. ‘나 같으면 절대.....’라는 가정은 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그 사람이 ‘나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그 사람 입장에선 또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3. 가끔은 성악설을 믿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사람들이 가끔 부당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자. ‘난 이런 건 못 참아’라고 생각해 봤자 스트레스만 커진다.
4. 사람과 행동을 구별한다.
특정 행동 비판이 아니라 행위자 자체를 ‘용서할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분노(또는 욕설과 폭력행사)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주의한다.
5. 오늘 낼 화를 내일로 미룬다.
흥분상태에선 실수를 하기 쉽다.
당장 화내고 싶어도 일단 미뤄 둔다. 차분한 상태로 대응하는 게
언제나 더 이롭다.
6. 화를 내는 게 어떤 효용이 있는지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분노의 표출은 인간관계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화를 내봤자 얻는 게 없다고 생각되면 즉각 단념한다.
7. 제 3자에게 화풀이하지 않는다.
화가 났을 때는 괜히 타인에게 화풀이함으로써 갈등을 두 배로 키운다.
‘난 화가 났으니까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외톨이가 된다.
8. 좋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났을 때 그 사람과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에 몰두함으로써 나쁜 기억을 몰아내려고 노력한다.
9.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할 발 떨어져 생각하면
비극적인 상황도 낭만적이거나 코믹하게 느껴진다.
♤ 생각처럼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점차 숙달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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