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강 3부

3-1 살아 있었다

락운강촌 2014. 3. 3. 19:35

 

은  아  강

(3-1)

 

락운강촌

 

 

 

 

 

♤  은아는 살아 있었다.

 

 은숙의 은아 이야기는 내가 군에 입대하던 날

은아가 은숙인 척 한 채 만나면서 안타깝게 참으로 허무하게 너무도 짧은 순간에

그저 꿈인 양 나와 작별하고 말았던 그 순간까지만 묘사하고 끝났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나는

머리가 깨질 정도의 현기증과 헛갈림에 빠져들었다.

 

우선 자신이 건넨 이른바 ‘은숙의 은아 이야기’를

한창 읽고 있는 사이에 잠에서 깬 도서출판 ‘현사연’ 편집부에 있다고 밝힌

어디선가 이미 만났던 것 같은 임현수란 자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한다면서

밤중임에도 부랴부랴 상경하고 말았기에 당장 궁금한 점을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는 은숙의 은아 이야기를 접하여 예리한 분석도 필요없이

금방 자신이 은숙의 아들이 아니라 은아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은아의 아들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에게 자신이

은아의 조카라고 소개했음은 물론,

 

은아가 ‘현아님의 아기임을 알아차리고 그 악랄한 지도원의

낙태 강요를 뿌리치고 탈출했다고 고백한 점을 감안,

아버지인 나를 만나자마자 ‘아버지’라고 불렀어야 당연하지 않았겠는가?

 

휴대폰에 남아 있는 은숙의 멧시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 미처 미리 전화를 못했는데 제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저대신 아들을 보냈는데 놀라진 않으셨는지요?

  꼭 만나뵈어야 한다고 하도 조르기에 할 수 없어 보냈으니

  저를 만난듯 반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뵙기로 하고....-

 

다시 읽어봐도 아무런 암시도 없다.

 

현수가 나에게 어머니가 썼다는 글을 건네면서

“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어머니의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강력한 만류가 있었긴 했지만, 평소에도 꼭 뵙고 싶었던 차

  감히 오늘 이렇게 오게 되었고 뵙게 되면 제 의혹을

  완전하게 풀게 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은숙이는.... 아니 은아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

나를 못 만나게 했던가 본데 도대체 왜 때가 아니라고 했을까? 

궁금증과 조바심에 못이겨 꼭두새벽임에도 은숙, 아니

은아에게 전화를 걸려고 단축번호를 누르다 말고 좀더 침착하자고

마음을 달래면서 지난 날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내가 7개월이란 긴 세월 동안 바같 세상 소식과는 완전 단절된 채

군 정보수사관 교육을 마치고 하사로 막 임관하면서

주어진 첫 휴가 때인 1976년 1월 초순.

 

은아 소식이 궁금해 맨 먼저 은숙을 찾아갔었다.

 

그녀는 갓난 아기를 안은 채 담담하게....

그러나 슬픈 표정으로 쌍둥이 동생 은아의 죽음을 알려 주었다.

 

- 은아가 절박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공포증을 포함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작년 7월 18일.

 

드디어 지도원 선생이란 자가 무장공비 2명을 대동하고

은아를 찾아오자 창문을 넘어 이들을 따돌리고 산속으로 도망하다

뒤쫓아 오는 그들에게 먼저 권총 사격을 가하다 서로 총격전이 벌어졌었고, 

 

이런 총소리에 놀란 주지승 할머니의

암자에 설치되어 있던

군부대 대공신고망 전화를 통한 무장공비 출현

신고를 계기로 군경 합동 대간작전이

전개되어 반나절만에 공비 2명이

사살되었으나, 지도원 선생이란 자는

교묘하게 빠져 나간 사이에

은아는 병력들과의 조우 직전,

진퇴양난에 놓이자

불가피하게 긴 장마와 폭우로 엄청 불어난 강물에 뛰어었는데

끝내 시신을 찾지는 못해 실종처리 되었단다.

 

- 며칠 후 부대로 돌아가 작전일지를 확인한 결과 '북괴 정찰국 소속 무장 남파 간첩 2명과

  의정부 거주 고정간첩 명미상 1명이 보안사 수사관 1명을 살해 도주한 00 육군항공대

  방화 용의자 김은하를 대동 입북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 지역에 출현, 1주일 여간의

  대간 작전 결과 무장공비 2명 사살, 고첩 1명 도주, 방화 및 수사관 살해 용의자 1명 실종'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한편, 시아버님 이발차 시내에 출타했던 자신의 남편은

대간작전이 벌어져 긴급 소집된 예비군 동원령에 응하기 위해

시내에서 급히 경운기를 운전하여 귀가 중 불어난 강물로

인해 끊어지는 목조 다리를 건너다 아버님과 함께 익사하고......

 

 

순식간에  세 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사고를 당한 충격으로

시어머니는 실어증(言語喪失症)에 걸렸으며, 은숙이 자신은 아기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집념으로 끝내 버티면서 장례를 치러냈다고 토로했었다.

 

그렇다면 은숙이가 은아를 대신하여 지도원 선생이란 자와

맞서다 강물로 뛰어들어 실종되었고, 그 얘기를 내게 해 주었던

아기 엄마가 바로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은아였던가?

 

아직 새벽별이 총총한 꼭두새벽임에도

나도 모르게 차량 시동이 걸려 은숙이... 아니 은아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 3-2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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