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아 강 (2-4)
락운강촌
@ 사형죄를 저지른 죄인들
느닷없이 화염에 휩싸인 항공대 장병들은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어 '여명' 회원들이 쉽게 탈출할 수도 있으련만 두 마리의 경계견만은 너무도 똑똑하게 자기들 임무를 수행했다.
은아네 일행은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군견들의 위용에 화재 당한 항공대 장병들보다도 더 당황하여 도망은커녕 오히려 경계견들을 피해 항공대 군인들 틈으로 뒤섞이다 그들에게 고스라니 현장 체포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치밀했던 회장 안국원을 비롯 출전했던 남녀회원들 공히 현장에서의 탈주 실패시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한 사전 계획이 전혀 없었기에 반항할 겨를도 없이 포승용 밧줄에 꽁꽁 묶이어 군 헌병대로 인계되고 두 세 시간 후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또 다른 군 수사기관으로 이첩되었다.
그곳은 ‘70년대 초였던 당시에도 과거 일제 특별고등경찰들 보다도 더 악랄한 온갖 고문으로 소문난.... 한 번이라도 붙잡혀 갔던 사람은 제정신으로 나온 자가 없었고, 온 몸 구석구석 병신이 되거나 심지어는 죽어서야 나온다는 설이 분분하여 은아도 어렴풋이 들어본 적이 있는 특무대라던가 하는 민간인들도 벌벌 떠는 아주 무서운 곳이었다.
무슨 죄목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들은 무조건 한참이나 야전침대 각목으로 무차별 두들겨 패고는 수갑을 빙빙 돌리면서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정직하게 5분 내에 작성하면 수갑을 채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확히 5분 후 제출된 진술서를 단 한 줄 읽어보지도 않고 읽어보나마나 허위진술이라면서 모두 옷을 벗긴 후 수갑을 각각 채우고는 남자들에겐 누더기 같은 낡은 군 작업복을 입히고 여자들에겐 당장 그런 군복도 없다면서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속옷 차림으로 한 구석에 무릎 꿇고 앉아 있으라고 했다.
남성들만의 소굴 속에서 은아와 성주는 반나로 노출되는 수치심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나마 남자 일행들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남자들이 당하는 고문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공포에 파랗게 된 입술은 물론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스스로 저승사자라고 밝힌 사복에다 노란 밥풀떼기(군대에서, 준사관 계급을 낮잡아 이르는 말) 단 빨간 모자를 쓴 수사관이 모든 과정을 총 지휘하고 있었는데 부하들에게 주전자에 고춧가루 물을 타오라고 하여 물수건으로 덮여 있는 한철수 회원 얼굴에 찔끔찔끔 부어대는 이른바 고춧가루 고문을 가했다. 철수 회원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너무도 측은했다.
그 모습에 미리 공포에 질린 남자 회원이 벌벌 떨면서 모든 걸 바른대로 고백하겠다는데도 그 노란 밥풀떼기는 아직 진정성이 없다면서 묵살하고는 철제 의자에다 결박하더니 엄지발가락에 철사 줄을 묶어 전화기(TA-312)에 연결, 전화기 손잡이를 돌려 버리자 고통에 겨워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러댔다. 이른바 전기고문이었다.(지금은 대한민국에 이런 고문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아침 식사 시간 여자들에게도 허름한 군용으로 갈아입혀지고 플라스틱 식판이 도착되자 수갑을 풀어주더니 식사를 하란다.
잠 한 숨 못 자고 시달려 배는 고팠지만 군대 플라스틱 식판에서 풍기는 기름 절은 냄새가 코를 찔러 너무나 역겨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복 차림의 노란 밥풀떼기가 이를 보고는 엄청 역정을 냈다. “ 이 가시나들이 감히 국가에서 공짜로 주는 식사를 거부해? 어디 맛 좀 봐라. 아까처럼 다시 옷 벗어!”
노란 밥풀떼기는 두 여자를 팬티와 메리야스 차림으로 만들고는 수갑을 뒤로 채워 자신의 앞에 세우더니 보조 수사관들이 빤히 보고 있는데도 팬티에 손을 넣어 거웃을 한 움큼씩 뽑아내는 고통을 가하면서 욕설을 해댔다.
“ 야 이 화냥년들아! 너희들이 지금 무슨 죄를 저질렀는 지나 알고 식사를 거부하는 거야? 군형법 66조 군용시설물 등에의 방화죄로 사형에 해당되는 죄란 말야!”
은아네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자 아침부터 가시나들 째지는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면 재수 없다면서 입에다 청테이프를 붙이고는 담배를 피면서 팬티를 벗기고는 가랑이 사이 거웃에다 지져댔다.
살과 털이 타는 냄새. 그 역한 냄새에도 성욕이 솟아오르는지 노란 밥풀떼기 바지 가랑이 앞부분이 불뚝거리고 있었다.
살이 타는 고통 속에서도 은아는 생존본능적으로 노란 밥풀떼기의 그것을 보면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저 악한을 유혹하여 이 생지옥을 탈출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내심 기회를 찾는 데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런 치욕적이고 악랄한 고문에 못 견딘 일행들이 하루 종일 몇 번에 걸친 진술서 작성을 통해 거의 모든 사실을 실토하고 말자 저녁식사 직전엔 써클 '여명' 회장 안국원도 드디어 임의동행 형식으로 붙들려 들어오게 되었다.
은아는 아직 종현 씨만은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하는 한편, 끼니때가 되어 또 수갑이 풀리고 저녁 식사가 도착되자 억지로 밥을 입에 구겨 넣으면서 오늘 밤에는 기어코 탈출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는 노란 밥풀떼기의 눈길이 자신에게 오래 머물도록 가랑이 사이를 자꾸 문질러대면서 그와 눈을 마주치며 아양의 억지 웃음을 보였다.
( 2-5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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