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 얼마 만에 맛보는 메뚜기볶음인가?

락운강촌 2009. 10. 14. 20:16

 

락운의 가래올 전원일기 (30)


김 락 운

♠ 아! 얼마 만에 맛보는 메뚜기볶음인가?


  농촌 가을의 전령사라는 메뚜기.

요즈음 세대들은 메뚜기를 한낱 징그러운 곤충으로밖에 인식하지 않겠지만

우리 어릴 적엔 메뚜기는 고소하고 담백한 특별 간식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맥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었다.


고향 떠나 삼십여 년 동안 메뚜기는 아예 잊어져 있었다.

아니 언젠가 파주 오두산 전망대 갔을 때 북한산 메뚜기를 사다가 볶아 먹어보긴

했었지만,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었는지 본래의 맛이 상실되어 있었으며,

어쩌다 고향 가을에 왔을 때에도 메뚜기는 이미 과다 살포된 농약 덕분에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고,

몇 마리 있다 한들 농약 오염 이유로 현지에서도 거들떠보지 않아

메뚜기 맛을 볼 수 없었다.


산골로 돌아와 어느덧 반년.

다행히도 앞 논 주인이 농약을 살포하지 않아 우리 집 앞뜰은

요즘 메뚜기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텃밭 가을걷이도 끝나고 좀 여유가 있기에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빈 소주병에 메뚜기를 잡다보니 몇 번 만에 대여섯 병이나 잡았다.


사흘간 그물망(양파망)에 넣어 배설물을 비워내고 밥솥에 찌어 말린 후

튀김을 만드니 빨갛게 익은 모습들이 옛날 그대로다.



 

맥주 안주로 맛을 보니 이 또한 옛 맛 그대로다.

아! 얼마 만에 맛보는 메뚜기볶음인가?


어릴 적 어른들이 벼를 베면서 짬짬이 잡은 메뚜기를 즉석에서 구어

휴식 시간 농주 막걸리 안주로 맛있게 잡수실 때 옆에서 얼마나 먹고 싶었던가?



바삭바삭 메뚜기볶음이 그때마냥 너무도 고소한데,

라디오 방송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메뚜기란 별명의 MC 유재석이

MBC로부터 연간 9억 4천만 원을 받는데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시비와 동시에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때 사회를 본 김제동에 대한 KBS 퇴출과 관련

정치권이 시끄럽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메뚜기도 한 때'라는데 가을철이라서 메뚜기 유재석이 구설수에 올랐는가?

"국민 세금" 어쩌고 하는데....

유재석은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어 보답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제대로 했기에 시비를 거는 걸까?


경제는 말로만 좀 나아졌다고 할 뿐, 아직도 '메뚜기 인턴'이란 말이 유효하고,

'행정 인턴'에다 '청년백수' 역시 여전하다.

농촌에서는 농산물 가격 때문에 허전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나? (정치 이야기라면서 또 그 사람이 시비 걸까 두렵다.)


그런데 내가 맛보는 이 메뚜기가 도대체 안전한 걸까?

'메뚜기 효과'란 말이 있던데....

중국에서 사용한 농약이 대기권을 타고 미국 오대호 지방에서 검출되는 것들이라니

아무리 우리 집 앞 논에 농약을 치지 않았어도 이미 우리 농토에 살포된

농약이 그대로 잔류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다가는 도대체 먹을거리가 없지 않은가?


우선 맛있게 먹자.

이 고소한 메뚜기 맛을 방해하는 라디오도 끄고...

맥주보다는 국순당 생막걸리로 바꾸어 흘러간 노래와 함께

어릴 적 맛을 추억삼아 좀 더 맛있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