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운의 가래올 전원일기 (26)
가래올 락운
♡ 뜯어국을 먹으면서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찔레꽃이 붉게 피어?? 나는 어렸을 때 형과 누나들이 부르는 이 노래의 가사를 듣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마 남쪽 출신 분들도 어렸을 적에 하얀 찔레꽃이 있다면 의아해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제비란 명칭에 익숙한 분들은 위 제목 '뜯어국'에 대해
도대체 무슨 국일까 궁금할 것이다.
내가 처음 '수제비'란 낱말에 대해 제비 비슷한 새의 이름인 줄 알았었듯이....
수제비!
손을 뜻하는 한자 수(手)와 접는다는 의미의 ‘접’이 합쳐져 ‘수접이’라 부른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하며, 특히 조선시대에는 수제비는 ‘운두병(雲頭輧)’이라 하여
양반집 잔칫상에나 올라가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후 일제강점기의 농산물 수탈에 이어 6·25 전쟁 이래 먹을 것이 없어
미국 원조 식품인 밀가루를 아껴 먹다보니 지금의 서민 음식이 되었단다.
각 지역에서 제각각 부르면서 북한 지역에서는 밀가루뜨더국, 경기도와 강원도는
뜨데기 또는 뜯어국이라고 부르는 이 밀가루 국.
60년대 그 배고팠던 시대.
양식은 모자라고, 밀기울 채 빻아진 시커먼 통밀가루로 칼국수를 만들어
여러 식구가 국물로 배를 채웠던...
하지만 농사일이 바빠서 칼국수까지 만들 시간이 부족한 날이 더 많아
밀가루 반죽을 대충 손으로 아무렇게나 뜯어 국을 만들어 먹었으며,
당시엔 맛이 있고 없고를 가릴 여건이 아니었다.
아마 지겹게 먹었던가 보다.
쌀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아 남들은 별미삼아 보리밥도 먹고,
수제비를 사먹거나 만들어 먹기도 하건만,
우리는 그 뜯어국이 그 아픈 시대의 대표적 상징 음식인 양
아예 기억에서조차 지우고 있었으니.....
그런데 엊그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새삼스레 밀가루의 독소를 접하고는
몇 개 남은 라면까지 내다버리고 내친김에 마트로 달려가 우리 밀 통밀가루를
사다가 뜯어국을 만들어 먹어보고는 왜 진작 우리 밀을 사랑하지 않았는가를
절실히 후회하게 되었다.
【 수입 밀가루에 대해 】
우리가 먹고 있는 90% 이상이 수입밀가루인데 이 밀가루는 한 달이 지나도 몇 달이 지나도 아니 일 년이 지나도 도대체 벌레가 안 생깁니다. 모든 음식은 시간이 경과하면 벌레가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당해연도에 생산된 것을 수입하고 우리는 적게는 1년 길게는 2~3년 지난 것을 수입합니다. 미국은 습하고 더운 여름철에 수확을 하고 바다를 건너는데 이 과정에서 벌레와 곰팡이가 생겨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DDT와 파라치온, 메칠, 클로르피리포스 등의 맹독성 살균제와 살충제, 방부제를 사용합니다.
이 방부제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갑니다. 수입 밀가루를 채소에 뿌려주면 해충이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쥐들이 다니는 길목에 우리 밀가루와 수입 밀가루를 뿌려두면 쥐들은 수입 밀가루를 먹지 않고 우리 밀가루만 먹는다고 합니다.
유리병에 우리 밀가루와 수입 밀가루를 각각 넣고 쌀이나 밀가루를 좋아하는 벌레인 바구미를 넣어보면 수입 밀가루 속에 넣은 바구미는 금방 죽고 맙니다. 즉 방부제와 살충제 때문입니다.
쌀벌레가 살 수 없고 해충과 쥐가 싫어하는 밀가루를 우리가 먹는다는 것은 독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수입 밀가루에는 농약이 허용치의 무려 130배까지 들어있다고 합니다.
물론 밀가루는 전분이 풍부한 식품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방부제를 섞지 않은 밀가루를 먹고 우리나라는 방부제를 무참히 살포한 밀가루를 먹고 있습니다. 밀가루로 만든 빵이 며칠씩 유통되는 것은 방부제 효과입니다. 그래서 빵 맛이 우리나라와 미주의 빵 맛이 다른 이유입니다.
미국에서는 더운 여름철에 밀가루를 수확하기 때문에 방부제를 쓸 수밖에 없고 우리는 겨울철에 보리를 추수하기 때문에 전통 우리 밀은 방부제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수입 밀가루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모 TV 고발 프로에서 내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는 거보다 술을 먹이겠다고 양심선언한 사람이 있어서 한때 논란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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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그 좋다는 서울 근교 일산신도시를 마다하고 여기 가래올이란
시골에 와 사는 이유가 뭔가?
그 벌레 안 끼고 값도 싸다는 수입목재를 마다하고 국내산 목재와
약품 처리로 반들반들한 진흙 벽돌 대신 멋없는 자연산 진흙으로
귀틀집을 짓고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각종 전염병에다 해충이 덥비고 덤벼도 농약을 거부하고
겨우 겨우 몇 개가 비틀어져 열리는 오이를 따먹고, 농약 냄새 안 맡은 고추를
건조기까지 마다하고 굳이 햇빛 아래서 말리면서 고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내의 항암치료를 계기로 남은 인생이나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인데
지금까지 그 맹독성 수입 밀가루를 먹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지난 8월 1일 우리의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동의보감>에 나오는 밀가루에 대한 설명을 보면 "밀가루는 장(腸)과 위(胃)를
튼튼히 하고 기력을 세게 하며 오장(五臟)을 도우니 오래 먹으면 몸이 든든해진다.
"그러나 묵은 밀가루는 열(熱)과 독(毒)이 있고 풍(風)을 동(動)하게 한다."고 되어 있다.
묵은 밀가루라면 밀농사를 지어 바로 제분하지 않는... 즉 유통기간이 긴 수입밀가루가
여기에 해당된다. 살균제, 살충제의 오염 문제가 아니더라도 묵은 밀가루 섭취는
중풍을 유발한다는데 그 밀가루로 만든 라면을 즐겨 먹었다니.....
지금까지 먹은 라면을 소급해서 다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부부는 우리 밀 통밀가루로 만든 뜯어국을 만들어 먹으면서
다시는 수입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지 말자고...
그래서 좀더 곱게 늙어가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감히 우리 농촌 진흥 당국에 건의하오니
우리의 추수하고 노는 밭에 우리 밀을 많이 심도록 권장과 함께
수입 밀가루의 건강 유해에 대해 적극 홍보하는 등의 대책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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