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수작질

락운강촌 2016. 5. 28. 14:17



'수작질'이란 말 아십니까?




"내일 수작질이나 하자"




멀리서 벗이 찾아 왔다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였으랴


두 친구가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술 한 잔 받으시게."


반갑게 맞아 주니 정말 고맙네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이렇게 잔을 주고 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한 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 수작 말고 술이나 마셔!" 한다.




수작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것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마라. 너 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도자기 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병을 이 정도 기울여 요만큼 힘을 주면...' 하며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斟酌)'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친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오래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많이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나는 가득 받고, 벗에게는 절반 만 따라주거나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형사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情狀 參酌)해 작량 감경(酌量 減輕)한다' 라는 말을 


것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술 한 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 알고 마시면 좋겠다.




우리 오래 오래 '수작질'이나 하면서 사십시다!


그러나 여기에는 '짐작', '작정', '참작'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