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여보, 당신말이 맞소

락운강촌 2015. 2. 21. 16:54

 

'당신 말이 맞소' 


 
 최근 들은 어느 부부의 얘기가 생각났다.
 
4반세기 동안 우리와 가깝게 지내 어지간한 가정사도 아는
 사이다.
우리 부부도 그렇지만, 그 집도 처음부터 둘의 성격이
워낙 맞지 않아 늘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지만,

아이들이 스물이 넘게 장성하여 둘만의 시간이 많아지자
걸핏하면 말다툼하는 일이 많아졌다.

남들은 '제2의 신혼' 어쩌고 하는데, 그 집은 정반대로 치달았다.

아내는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와 유별나게 따지는 성격에 죽을 맛이었다.

취미도 너무 달랐다. 남편은 술과 담배, 커피 아니면 잠자기 등
아내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했다.
아내는 학교 선생님답게 지성이 풍기기를 원했건만,
어깃장만 놓는 남편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한번 밉게 보이니, 연애할 때에는 마음에 들던
넓은 이마나 잘 생긴 코까지 보기 싫다고 했다.
 
아이들과 주변의 눈이 있어 갈라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그저 속앓이만 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한동안 산 적도 있다.
주변에서도 '혹시 저러다 진짜로 찢어지는 것은 아닌가' 염려도 했다.
 
 
그런 부부가 언제부터인가 확연히 달라졌다.
백두대간을 같이 다니는가 하면,
서로의 취미도 존중해주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비결'을 물었다.
"앞으로는 여자들 말만 잘 듣기로 했다"는 답이었다.
여자들이라니?
아내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길을 안내하는
'내비 걸(Navi girl)'이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니까,
가훈(家訓)을 아예 "당신 말이 맞소"로 정했다고 한다.
뭔가 비위에 맞지 않아 화가 날 때에도
얼른 "당신 말이 맞소"라고 하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되더라는 그의 얘기를 듣고 살포시 감동했다.
 
아내 역시 남편의 눈부신 변화에 동참, 남편의 언행이나 
주장이 마음에 안 들어도 곧잘 "당신 말이 맞소"라며 
맞장구를 친다는 것이다.
 
그 말만 하면 둘이 얼굴을 맞대고 웃어버린다고 한다.
"정 상대방 말이 옳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경우엔
"그건 당신 말이 틀린 것 같소"라고 말하며
토론으로 합의점을 찾는다고 한다.
 
무릎을 쳤다. 우리보다 더 불안해 보이던
그들에게서 기가 막히게 좋은 가훈을 선물 받은 것 같아 기뻤다.
 
"당신 말이 맞소"라는 가훈으로 '인간승리'가 아니라
'家庭勝利'를 한 부부의 實例를 들으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주변에 있는 아무 물건이라도 던지고 싶어질 때,
한번쯤 아내(또는 남편)의 입장으로 돌아가
 "당신 말이 맞다"고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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