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둔한 하급 군인의 의문들
강촌 김락운
시골 중학교 다닐 때 IQ(intelligence quotient) 검사 결과를
알려주면서 담임선생님은 "너는 원숭이보다 하나 높은 78이다." 하셨다.
이 후 가끔 "IQ 두 자리 수밖에 안 되는 놈이 뭐 알겠냐?"는
인격 비하발언을 들을 적마다 열등감을 느껴 누구보다도 가슴 아팠다.
'그래. 내가 어떻게 그걸 이해 해.
머리 좋고 높은 분들이 다 알아서 하는 일이니 그저 모른 채 지내는 것이 속 편한 거다.'
하지만 군 생활 꽤 오래 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지금까지도
군 관련 문제들에 대해 의문만 품어온 것들이 있어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몇 가지를 거론해 보고 싶다.
○ 초전 산불 대처와 관련

강원도 영동지방 산불(2005.4.5.)로 문화재인
낙산사까지 불탔을 때
이 화재로 집을 잃고 낙심하고 있는 고모댁을 위로하기
위해 한계령을 넘어 속초 양양 지역에 갔다가 현장의
참상을 살펴보면서
직업이 군인이라 전쟁 발발시를 생각해 보았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소방인력 1만 680여 명과 헬기 등 각종 장비를
투입했지만 강풍으로 초기진압부터 실패하여 2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남겼다.
주민들은 강풍에 의해 화마가 귀신처럼 이산 저산 마구 날아다니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급속히 번졌다고 했다. 마치 전쟁시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탄과도
같았으리라.

과연 현 작계대로 초전(D-Ⅱ)에 5∼8부 능선의
진지를 점령시 적 집중 포병 사격에 의한 대형 산불에
우리 병력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산불에 의한 직접 피해에다 불이 타면서 수반되는
무산소증으로 대량 전사상자 발생이 뻔한데 과연
그런 상태에서 즉응 반격이 가능할까?
귀대해서 작전 실무자들에게 물어봤다.
민둥산이었던 6·25전과 달리 산림이 우거진 여건에서 적 집중 공격 준비 사격으로 전 전선의 산불이 뻔한데도 작계대로 D-Ⅱ에서 거점을 점령해도 괜찮냐?
의외로 간단한 답변
이미 윗선에서도 알고 있지만 대책이 없단다.
적 공격준비 사격 후 진지 점령 등
산불진행에 따라 변화하는 적 공격 예상로에 신속히 아군 병력을 배치시키는 기동방어
체계로의 작계를 수정하면 될 텐데 무슨 대책이 없다는 건가?
나는 작전 전문가도 아니고 육대도 안 나온 하급 간부여서인지
몇 년이 지난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 군 복무 면제 혜택과 관련
2006.3월 한국야구단의 WBC 4강 진출에 따른 병역 면제 혜택 부여를 계기로
군 의무복무 문제가 폭넓고 뜨겁게 여론을 달구었었다.

프로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에게 군 복무
면제만 해 줄 게 아니라 2년여 동안
번 돈을 징수해서 부족한 국방비로 사용
하라는 질타에서부터 페지된
군 가산점제가 재 등장하기도 했었다.
심지어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라면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긴 여성 측 주장인 아기 낳는 고통에 대해 출산의 의무가 있느냐?
출산이 여자의 의무라면 왜 인구가 줄고
있냐는 비아냥형 논리도 대두되었다.
다행히도 군 가산점 제도 등의 특례법안이 국방위를 통화했지만
아직 국회 통과 법제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하긴 군 통수권자가 군 의무복무를 썩는 기간으로 여기고
군 예비역 원로들을 늙은이들로 비하하는 시대를 겪으면서
군 의무복무의 형평성 체계가 제대로 정립될 리가 없다는 데에는
이해가 간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진정 포기할 리가 없고 일본이 순순히 독도 분쟁을
포기하지 않는 시대적 여건에서 우리의 국방의무 면제가 이렇게
포상용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답한 의문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국민 개병제하에서는 병사 봉급을 조금 주면서 부려먹어도
괜찮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된다.
같은 개병제인데도 프랑스와 독일에선 병사들에게 130∼200만원을 주고
우리보다 덜 열악한 대만에서도 근 100만원씩 주는데....
쉬운 핑계로 또 예산을 들먹이겠지만
지난 10년간의 정권에서 북한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퍼주면서
왜 우리 자식들에겐 한없이 인색해야 했는지?
인권위가 있어 왔지만 군 의문사 문제에나 관심 좀 있는 척 했지
보다 근본적인 병사 인권 문제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는 현실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병사 뿐이 아니다.
군 간부도 몇 십 년 전인 1972년도 당시 국가의 가난한 재정 규모를 감안,
군·경의 직무수행 중 입은 손해에 대해 민법/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아예 금지되고 있다.
과연 세계 11위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조치인지에 대해 의문이 가고
지금까지 수많은 군 수뇌부와 정책 부서에서는 뭣들 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목영준 헌법재판관도 개인의견을 전제로 동 법에 대해 명분을 상실했다고 피력하고
있는데도....)
○ 군용 지프차량의 수동변속기 장착과 관련
상당수 군수분야 중견급 간부들과 운전병들은
왜 군 지프(jeep)차는 수동 변속기이어야 하는 지에 대해 의아해 한다.
이제야 군 보급 승용차에 대해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고는 하는데
지프차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물론 자동 변속기 장착 예산 타령이겠지만
시대적으로 요즘 대다수가 자동변속기에 익숙해 있다.
군 입대자들도 자동 운전면허만 취득하고 있을 뿐,
수동 변속기에 익숙하지 않아 군에서 다시 몇 주간 교육해야 한다.
- 그 예산도 만만치 않다.-
또, 간부들도 대다수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다가
운전병이 모자라 직접 지프차를 운전하려고 해도 익숙하지 않아 사고를 우려하여
아예 운행을 포기하고 만다. - 그래서 운전병이 필요하단다.-
혹자는 한국 지형상 전시에는 수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를 전장화하는 미군들도 자동 변속기라는데...
하긴 지붕 개방 불필요 지프차가 보급되어도 훈련 때 억지로 지붕을
벗기는 지휘관도 있었으니 옛 체제를 고집하는 군 특성을 감안하면
아마 절대 자동 변속기 장착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지휘관님들도 왜 에어컨을 장착해 주지 않는지에 대해선
불평한다. 우선 당장 무더위 속에서의 운행이 고역이니까.
그래서 물어 봤지만 전시에 에어컨은 폭탄으로 변한단다.
에어컨이 폭탄으로 변할 정도로 타격을 받으면 어차피 인적/물적 피해는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둔한 나로서는 왜 사서 고생들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 용산 전쟁기념관 명칭과 관련
군 관련 용어는 많이 개선되긴 했다.
'외박'이 '휴가'로 변경되고,
심지어 '북괴'란 호칭이 '북한'으로도 바뀌었다.
그 밖에도 내무반이 생활관으로 변경되는 등 용어 변경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변경 될 듯도 한데 아직 그대로인 것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용산의 '전쟁기념관'인데
인터넷 매니아들도 몇 번에 걸쳐 이의를 제기했었다.
- 전쟁이 뭐 좋은 일이라고 기념하느냐?고-

물론 기념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맞긴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수식하는 의미는 탄생, 입학, 결혼, 승진, 독립 등
긍정적이고 평화적일 때 기념이라고 사용하지
사망, 퇴학, 이혼, 좌천, 합방 등 부정적인 곳에
기념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1994년 개관 이래 '기념관'이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 간첩 검거 유공 포상금과 관련

최근에 간첩 원정화를 검거했다.
도대체 유공자들에게는 얼마나 보상됐을까?
종합된 자료가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 얼마 안 되었을 것이다.
국보법 제 21조∼25조에 의거 간첩죄를 범한 자를 신고한
자에게는 공로, 범죄의 경중을 참작하여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는 한도 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1995.6.30. 개정)
당시 1억원이면 거액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선거사범 신고자에게도 5억원의 포상금이다.
그리고 복권 담첨금 3천만원 시대에 제정된 금액일 것이지만
지금은 로또 당첨금이 10억원에서 400여 억원이다.
아무리 국가 안보관이 희박해져 있다고는 하나
뭔가 잘못되어 있음이 분명한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
아둔한 나로서는 역시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 밖에도 군사보호구역 관련 문제 등 의아한 부분이
상당하지만 군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음을 감안,
여기서 줄이고
님들의 댓글을 기다려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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