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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에게 속은 이명박 대통령

락운강촌 2010. 6. 25. 10:29

김정일에게 속은 李明博 대통령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대통령, 정부, 학계, 언론. 말 한 마디에 취하여 도발의도를 덮었다.

정용석(코나스)

 우리나라 정부와 언론계 인사들 그리고 북한을 전공한다는 학자들 중 상당수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몰라 답답하다. 북한 실체에 대한 오판과 착각은 국민의 안보의식을 흐리게 하고 국가의 대북정책을 빗나가게 한다. 천안함 피침과 같은 비극을 자초하기도 한다. 
  
 
올 3월19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 ‘남북관계 전문가 대 토론회’에서는 한 학자가 북한에서 화폐개혁 실패로 '연내 미증유의 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고목(枯木)이 남쪽으로 쓰러지는 경우는 피해야 하는 상태가 도래하고 있다”고 예견하였다. 또다른 학자는 “북한 권력붕괴에 대한 실질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였다. 북한 체제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꼭 1주일 만에 북한의 '고목이 남쪽으로'쓰러지기는' 커녕 도리어 북한의 어뢰가 남한의 천안함을 공격해 두 동강냈다.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의 1인 우상화 독재체제의 특이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였음을 반영한다.
 
 
작년 8월 23일 김기남 북한 로동당 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북한 특사로 파견돼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였다. 이 자리에서 김은 李 대통령을 “대통령 각하”라고 깍듯이 호칭하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정중히 전달하였다. 
   

李 대통령은 그 순간부터 북한에 대해 착시(錯視)현상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정부 각료들의 對北 자세도 물렁물렁해졌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북한은 임진강 상류 황강댐을 기습적으로 방류해 하류에서 야영하던 우리 국민 6명을 수장시켰다. 의도적인 수공(水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사태 초기 북한의 水攻을 선의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였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황강댐 기습 방류 의도에 대해 “아직은 판단할 만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며 북한을 감쌌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북한이 황강댐 수위가 높아져 방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북측 입장을 이해하는 논리를 폈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북한의 “실수나 사고에 의한 방류가 아니라 의도적 방류임을 확인 한 것”이라고 밝혔다.
  
 
李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올 1월 북한이 “욕 안하는 것만 해도 오래간만이다. 발전이라고 봐야지. 긍정적 변화의 일부분”이라고 낙관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에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轉機(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크나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를 '긍정적 변화'로 이끌지 않고 황강댐 수공과 천안함 격침 등 정전협정 이후 최악의 전쟁 상태로 악화시켰다. 李 대통령과 각료들이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와 '대통령 각하' 한 마디를 '긍정적 변화'이고 '발전'이라고 착각하였음을 실증한다. 그밖에도 李 대통령과 각료들은 김정일의 정상회담 제의에 혼이 빠져 북한을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해선 김정일의 비위를 거슬려서는 안 된다는 성급함도 작용한 듯싶다.
  
김기남의 '대통령 각하' 호칭과 정상회담 제의 저의는 李 대통령의 대북 경계태세를 이완시켜 황강댐 수공과 천안함 기습 공격을 용이토록 하기 위한 기만 위장술이었다. 李 대통령의 착시현상은 천안함이 피격된 뒤에도 한참 동안 가시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30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탄약고는 폭발 안한 것인가”라며 북한 소행이라기보다는 우리 해군의 실수로 의심하였다. 북한이 '변화 발전'된 것으로 오판한데서 묻어 나온 실언이었다,
   

천안함 침몰로 남북관계가 긴장되어 가자 북한 군부의 한 간부는 개성에 내려와 “工團(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그 무렵 군부 아닌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는 남한측 공단 직원들에게 “개성공단은 걱정 마라”며 엇갈린 말을 하였다. 이 상반된 발언을 두고 우리 정부의 안보부서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순진하게 해석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군부와 관리공단의 입장이 상반될 수 없다. 오직 김정일의 지령에 따라 전술 전략적으로 앵무새처럼 지껄일 따름이다. 북한 군 관계자의 '개성공단 폐쇄'는 상부의 지시에 따른 남한 정부 겁주기였고, 관리공단 측이 말한 '걱정 마라'는 것도 상부의 지시에 따라 남한 기업의 철수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술적 감언이었다. 평양에서 기획 연출된 심리전이었을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관리는 그런 심리전을 순수한 '북한 고민'이라고 착각하였다. 북한 독재체제를 남한의 자유 다원화 체제로 혼동한 데 연유한다, 
   

우리의 언론인들도 북한을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으로 보도하거나 해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때로 북한의 심리전에 넘어가 북한의 의도된 방향으로 북한측 동정을 보도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인들은 우리 정부의 정책홍보 자료를 가감하거나 비판 없이 베끼고 해설한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 붕괴 초읽기라는 식의 속단을 내려 북한에 대한 경계태세를 이완시켜 천안함 기습공격의 허를 찔리게 해서는 안 된다. 李 대통령은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과 '대통령 각하' 한 마디에 '긍정적 변화'라고 속단, 북한에 말려들어가선 안 되고 정상회담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

 
 李 대통령은 어설픈 전문가들이나 자신의 '중도실용' 코드에 맞춘 달콤한 조언보다는 남북관계에 풍부한 경험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인사들의 쓴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