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스크랩] 말년에 잘못된 인연으로 낭패 당하지 않으려면

락운강촌 2016. 11. 29. 15:03

    말년에 잘못된 인연으로 낭패 당하지 않으려면

    (여씨춘추를 비롯한 고전에서 답을 찾아본다)

                                                      글 김욱 작가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사람을 관찰하는 여덟 가지 방법이라 하여

    팔관법(八觀法)이 실려 있다. 여씨춘추 팔관법은 다음과 같다.


     

     1. 성공했을 때 그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본다.

     2. 높은 지위를 맡겼을 때 그가 누구를 기용하는지 본다.
     3. 돈이 생겼을 때 어진 사람과 어울리는지, 간사한 사람과 어울리는지를 본다.
     4. 평소에 하는 말을 듣고, 무엇을 하는지 본다.
     5. 한가할 때 그가 무엇을 즐기는지 본다.
     6. 친해진 다음에 그가 말하는 의중을 본다.
     7. 실패했을 때 지조를 본다.
     8. 가난할 때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본다.

     

    열 길 물속을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굳이 되새길 필요가 없을 만큼

    사람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 옛날 고려 공민왕은 신하 김용이 죽었을 때, “짐은 앞으로 누구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

    라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 김용이란 작자는 ‘고려사 열전’ 반역(反逆) 편에

    떡하니 자기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는 공민왕을 죽이고 모반까지 일으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기회를 엿보며 공민왕 곁에 머물렀다.

    이를 모르는 공민왕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사람 속내는 더더욱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장자(莊子)께서는

    “무릇 사람 마음이란 산천(山川)보다 위험하고

    하늘의 뜻을 아는 것보다 사람의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다.”고 하셨을까.

    하늘에는 사계절이 있고,

    아침저녁이 있어 기후 변화와 시간의 이르고 늦음을 확인할 수 있다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는 고민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고난의 순간에 간교한 자들이 스스로를 드러내 활약하고,

    세간의 이목을 속이는 것은 불변의 진리처럼 반복되는 특색이기도 하다.

    나라에만 국한시킬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이 그립고 아쉬운 말년의 시기에

    이와 같은 접근과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변간론(辨奸論)이라 하여 간교한 사람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의 보편성을 농락한다는 점이다.

    상대의 경솔함, 사사로운 욕심, 두려움, 어리석음, 자비심, 나약함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쟁취한다.

     

    자하(子夏. 공자의 제자)의 제자 이극(李克)은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얻으면 되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훌륭한 재상을 얻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감명한 위나라 문후(文侯)가 이극을 찾아가 사람 보는 법에 대해 묻자

    이극은 다섯 가지 기준을 직언했다.

      

    “그의 친구를 보고,
    그를 찾아오는 자를 보고,
    그가 천거한 자를 보고,
    그가 배고플 때 하는 행동을 보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가 무엇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십시오.”

      

    이와 비슷한 사람 파악하는 기술로 ‘육험법(六驗法)’을 꼽을 수 있겠다.

    육험법이란 희노애락고구(喜怒哀樂苦懼)라는 여섯 가지 감정에 휩싸였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그의 됨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첫째로 기쁘게 해서 그가 천박하게 행동하지는 않는가 살펴본다.

    둘째로 화를 돋워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셋째로 슬프게 만들어 자기를 지탱할 줄 아는지 살펴본다.

    넷째로 즐겁게 해서 취향을 살펴본다.

    다섯째로 힘들게 만들어 의지를 살펴본다.

    여섯째로 두렵게 만들어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밖에도 환경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육척사은(六戚四隱)을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육척이란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아내, 자녀이며,

    사은은 친한 친구, 오래 사귄 친구, 고향 사람,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다.

    주변 환경과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의 성질과 재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써 그의 대략적인 성품과 정직도(正直度), 위선과 탐욕의 그릇이 확인된다.

     

    한비자(韓非子)는 인간이 당하는 환난의 대부분은 ‘남’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비자가 말한 ‘남’에는 가족도 포함된다.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믿어버리면 뒤에 가서는 그에게 지배당한다.

    한비자는 조심해야 될 인간의 행동에 대해 군주를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금과 옥 같은 패물로 군주를 가까이 모시는 비빈이나 미녀들에게

            선물하여 군주의 상태를 수시로 엿본다.

    둘째, 늘 군주 곁에 접근하며 군주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예’라고 뜻을 좇고,

            시키기도 전에 ‘예’라고 대답한다.

    셋째, 좋은 음악과 아름다운 여자를 왕자들에게 바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감언이설로 조정 중신들을 설득한다.

    넷째, 자신의 욕심과 사사로운 이득을 채우려는 속셈으로 백성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궁실을 짓고 누각을 세우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킨다.

           그리고 군주를 즐겁게 해주려고 세금을 무겁게 징수하여

           미녀들을 호화롭게 꾸며 군주에게 바친다.

    다섯째, 국가의 공적 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눠줘 민심을 어지럽힌다.

              작은 은혜로 백성의 마음을 얻어 조정 관리와 시정(市丼)의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을 칭송케 만든다.

    여섯째, 각국에서 변론에 뛰어난 자를 찾고, 안으로 유세에 뛰어난 자를 양성하여

              교묘한 말과 세상에 유행하는 말로써 그 말만 따르면 될 것처럼 현혹한다.

    일곱째, 칼질에 능한 협객들을 모으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사들을 양성하여

              위세를 과시한다.

    여덟째, 백성들에게서 빈번히 세금을 걷어 창고에 재물을 쌓아다가

              대국(大國)을 섬기는데 쓰며, 대국의 위세를 이용해 자기 나라 군주를 겁박한다.

     

    한비자는 비록 일국의 군주를 경계로 말하였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가정과 삶을 지탱시키는 일개 군주와 다를 바 없으므로

    그 옛날 한비자의 경고와 가르침에서 군주라는 말 대신 내 이름석자를 대입시켜본다면

    이는 분명 크나큰 깨우침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맹자는 ‘양혜왕’ 하편에서 사람을 가려 사귀는 방법에 대해 논하면서 한비자와 달리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바르게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측근들이 누구누구를 천거하더라도 가볍게 믿어서는 안 된다.

    여러 유능한 대부들이 누구의 재능이 뛰어나다며 천거하더라도 가볍게 믿어서는 안 된다.

    나라 전체가 누구를 기용해야 한다고 여론을 모았을 때 비로소 그를 살펴본 후

    그 여론이 옳다고 여겨지면 비로소 기용한다.

    이런 태도로 사람을 취하고 버린다면 의심할 바 없이 인재 보는 눈이

    신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맹자가 사람 보는 눈의 반만 따르려고 노력했더라도

    오늘날 이 나라의 어려운 시국이 도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단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말년에 사람을 잘못 사귀어 낭패를 당하고,

    또한 과거의 악연을 버리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지 모른다.

    다들 말은 안 해도 지워버리고 싶은 악연쯤 하나둘 갖고 있지 못한 삶이 없다.


    부디 옛 선인들의 치열한 고찰 속에 얻어진 지혜에 잠시라도 귀를 기울여

    이제껏 내가 묶여온 인연들,

    사람들에 관해 잘잘못을 되짚어보는 기회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말년의 길목에서 반드시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싶다.






출처 : 소담 엔카
글쓴이 : 탄금짱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