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강 3부

3-5 나.. 은..아인데 그렇게도 몰라..봐 봐요?

락운강촌 2014. 3. 3. 19:27

 

은  아  강

 

(3-5)

 

락운강촌 

 

 

나.. 은..아인데 그렇게도 몰라..봐 봐요?

 

 어찌해야 하는가?

대비태세 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 간부로서

감히 민간... 그것도 여성을 면회 접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 멀리 홍천에서 전방 경기 파주까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며 님 찾아온 은숙을 되돌려 보내려니

가슴이 너무나 아리고.....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인생에서의 도박도 필요한 건지...

나는 감히 도박 같은 과감함을 감행하기로 했다.

 

당시 나는 본부로부터 00육군 항공대에 혼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었다.

본부에서는 대령 이하 거의 전 간부들이 나의 상관이었지만

내가 파견된 항공대 안에서는 대령 이하 전 간부..

아니 말단 병사들까지 파견 근무중인 정보수사기관원인 나를

이른바 ‘보안관’이라 부르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계급을 초월한 별도의 유일한 특별 존재였다.

 

다소의 자유와 권능.

나는 이런 여건을 이용해 우선 평소 잘 알던 위병소 병사에게

민간인 출입 사실을 기록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는

은숙을 부대 영내 내 사무실로 안내하였다.

 

군 부대 영내의 내 사무실이라야 참으로 초라하여

옛 미군부대 콘세트 막사에 별도의 세면장이나 화장실이 있을 리

만무하였고, 오로지 군용 침대와 메트리스, 그리고 군용 담요 몇 장.

볼품없는 책상과 의자까지 차지하면 너무나 좁디좁은 공간이었지만

우리 연인들의 급한 사랑을 나누기엔 마치 숲속 같이

아늑하다고나 할까.

 

앞 뒤를 잴 필요없는 사랑의 폭풍을 겪고

나서야 나는 그날 저녁 여덟 시부터

본부 상황 근무임을 의식했고

은숙에게 내가 본부로 출발한 이후부터

다음 날 새벽 다섯 시까지는

금녀 지역인 군부, 특히 주인이 자리를

비운 이 사무실에 더 이상 여자 혼자는 머무를 수 없음을 설명하면서

우선 밖으로 나가 여관에서 혼자 침식을 해결하고 내가 돌아온 후

다시 만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아니 꼭 그렇게 해야 함을 간곡히 강요했다.

 

그런데 어쩌랴.

이 간 큰 여인이 자신은 그 금녀(禁女)의 그 좁은 공간에서,

성에 굶주린 사내들의 집단 거주 공간인 군 부대 영내임에도 불구,

감히 하룻밤을 혼자 버티겠단다.

 

시간상 촉박하여 더 이상의 강요를 포기하고 본부 상황실로 이동,

본연의 임무인 상황 파악 및 정리에 임했으나

마음은 온통 은숙이 머무르는 항공대 내 사무실...

여성에게는 영낙없는 감옥인 그곳에서

은숙이가 어떻게 그 무서움을 극복하고 있을 지에 대한 근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곳엔 별도의 세면장이나 화장실이 없어

여성으로서의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면 건물 몇 개를 지나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고 그나마 군 장병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여성으로서는 감히 출입할 엄두를 못내는 곳인데.....

나로서는 은숙을 내 사무실로 안내할 그 때까진 그런 여건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뒤늦게야 곰곰이 생각하니 차라리 냉정히 되돌려 보내야 했다고

크게 후회했지만 어쩔 수없이 시간만 가는 수밖에....

 

한편, 은숙(사실은 은아이지만)은 내가 걱정하는

그 생리현상을 과감히 눈치꼇 해결했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엉뚱한 데에서 터졌다.

 

군 부대에서는 대비태세 기간에도 당직사관이 별도 운용되고

있는데 그날 당직사관(고참 중사)이 일석점호를 마치고 영내 건물

순찰을 돌던 중 내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음을 발견하고

내가 있는 줄 알고 노크를 하였으나 응답이 없어 이상하게 여기고

비상키를 이용해서 문을 열어 보니 왠 여자가 혼자 있었단다.

 

이에 자신도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던 은숙은

어쩔 수없이 그 당직사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나름대로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여성 특유의 아양을 떨면서

당직사관을 회유, 유혹했단다.

 

“ 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간부님,

  우리 종현씨가 아까 본부로 출발하면서 밤중에 간부님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이걸(배고프면 먹으라고 통닭을 마련해 주었었다.) 드리라고 했는데

  함께 드시면 고맙겠습니다."

“ 아, 그래요? 그런데 이 많은 걸 저 혼자 먹기는 그렇고

  우리 당직실로 가서 다른 대기 간부들과 같이 먹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저... 거기엔 몇 분이나 계시나요?"

" 병사까지 합해서 한 열 명 쯤 됩니다."

" 에이...그러면 이 정도로는 어림없겠네요.

  죄송하지만 제가 다 부담할 테니 밖에다 주문하여 좀 충분히

  준비했으면 좋겠는데...."

 

사실 당시 군 말단 부대에서는 비상 대기태세라고는 하지만

밤중에 간부들 중심으로 남몰래 통닭구이와 순대, 소주 등으로

야식을 즐기는 분위기였고 비용은 보통 순번제인 당직사관이 부담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이 젊은 여성이 몽땅 부담하겠다는

제의에 당일 당직사관은 쉽게 받아들였고....  

 

그렇게 되어 은숙은 감히 항공대 당직실을 음주 파티장으로

만들게 되었단다.

그 부대 지휘관이 이런 사실을 잠시 후에라도 어찌어찌해서 알게 되거나

상급부대 불시 순찰에서 현장 적발되었더라면 관련자 징계회부 등

실로 엄청난 결과가 초래되었겠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벌려진

술파티는 부대앞 치킨집의 생통닭이 고갈될 때까지...

새벽 세 시까지 이어지고 말았단다.

 

장기간 전투태세로 영외로 못나간 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간부나 병이나 오랜만에 포식하는 고기 안주에다 칼칼한 소주는

그들의 긴박했던 긴장감을 이완시켜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더구나 영내에서는 절대 구경하기 힘든 젊은 여인네가 따라주는

소주잔에 그 어찌 녹아나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아무리 군기가 엄격한 군대이지만 이렇게 허술한 면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당일 부대 관리 책임이 엄청 무거울 뿐만 아니라

그런 술파티의 단초를 제공한 당직사관으로서 조금은 제정신이었는지

만취 상태로 은숙을 희롱하는 간부들의 손아귀에서 구출하여

역시 대취한 은숙이를 내방으로 부축, 안내하여 무사히 취침시켰단다.

 

아침 상황보고를 마치고 내 방으로 복귀한 나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도 걱정했던 간밤이 억울할 정도로

은숙은 내 침대에 대자로 누워

내가 온지도 모르고

아주 편히 잠꼬대를 내뱉고 있었다.

 

" 현아..응..님, 나.. 은..아인데 그렇게도

날 몰라..봐 봐요?"

" 어휴∼이 술 냄새... 이게 어찌된 일이지??"

" 우리 혀나...님 오... 오셔..ㅆ 어요?"

 


& 3-6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