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강 2부

2-2 광란의 S공유식

락운강촌 2014. 2. 8. 09:56

은  아  강

(2-2)

 

락운강촌

 

 

♧ 광란의 S공유식

 

  현수는 어머니가 썼다는 ‘은아의 몰락’이란 글을 내게 건네고는

피곤하고 너무 취했는지 금방 잠이 들어 코까지 골고 있었지만

나는 그 ‘은아의 몰락’을 읽느라고 밤을 샜다.

 

 

 

< 쌍둥언니 은숙의 '은아의 몰락' 1 >

 

 

       《 전 략 》 

 

 

 종현 씨에게 단파라디오를 생일 선물하던 날

은아는 종현으로부터 "써클 ‘여명’회장이 의도하는 대로

누나의 성(性)을 남성 멤버들에게 공유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로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다짐하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동학혁명 야사' 토론식 학습이 있던 날에도

은아는 서두 발언을 통해 ‘야사’란 자체가 허구로서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인, 특히 선각자들 모임인 우리 ‘여명’이

받아들여선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그 예로서

 

- 이광수는 장편 '단종애사'에서 세조가 단종을 쫓아내고

  집권한 역사를 다루면서 어느 역사가의 야사를 바탕으로

  사육신(死六臣)이 처형당한 날

  신숙주의 아내 윤 씨가 변절한 남편이 부끄럽다며 다락방에 올라가

  목을 맸다고 묘사했지만

  실제 정사(正史)는 윤 씨가 숨진 것은 사육신 사태가 일어나기

  다섯 달 전이었고 신숙주는 세조의 사신으로 명나라에 가 있었는 등

  신숙주 아내를 둘러싼 야사(野史)는 정사(正史)와는

  전혀 다른 허구적이었다.

 

- 또한 퇴계 이황이 마흔여덟살에 충청도 단양 군수를 지내면서

  열여덟 살 기생 두향과 사랑에 빠졌다는 야사도 있지만

  당시 퇴계는 을사사화에서 간신히 살아나

  언제 또 의금부로 불려갈지 모를 처지인데다

  고작 아홉 달 동안 충청도 단양 군수로 일하며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하느라 바빴고

  부임 한 달 만에 둘째 아들까지 병으로 잃어

  기생과 스캔들을 일으킬 처지가 아니었다.

 

이렇듯 야사는 민심을 반영한 설화(說話)인데

신숙주와 관련된 야사는 신숙주의 변절을 못 마땅히 여긴 민심이

그의 아내가 자살해 남편의 죗값을 대신 치렀다는 야사를

짓고서야 조금이나마 분이 풀렸을 것이고,

 

퇴계를 성인(聖人)으로 떠받든 민심은

그를 좀 더 가까운 인간으로 느끼려고

기생과의 러브스토리를 상상했을 뿐이다.  

 

따라서 ‘동학혁명 야사’또한 혁명에 마지못해 참여한 여인들이

혁명군들에게 강제로 몸뚱이를 바칠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변명 내지는 위로하기 위한 미화(美化) 소설에 불과하다고

설파하였었다.

 

그러나 은아의 이 서두발언은 애초부터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었다. 

 

회장(안국원)의 의도 및 사전 멤버들과의 철저한 짜 맞추기,

특히 당일엔 회식을 겸한 토론식 학습으로 막걸리가 앞앞이 따라졌고,

이 막걸리에는 사전에 안국원이 모종의 약품까지 투여했기에

은아의 현실적 발표에 귀 기울이는 자가 있을 리 없었다.

 

분위기는 회장 안국원의 의도대로 동학혁명에 참전한 여성들의

위안 활동이.... 즉, ‘원하는 남성이 있는 한 언제라도 몸을 내주어

혁명군을 단결시키고, 사기를 진작시킨 동학혁명 참전 여성들의

무성화(無性化-성개방)야말로

유신독재 철폐 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 시대

대학 선각자 클럽 '여명' 여성 멤버로서 계승해야 할 숙명적 과제’라고

신입회원인 이성주가 같은 여성 회원이면서도

은아와는 정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 남성 멤버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를 시작으로

 

- 동학혁명군들은 자기 아내를 동지들과 공유함으로써 전우애를

  공고히 할 수 있었고 장기간 2차에 걸친 항전을 치를 수 있는

  원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 모든 전쟁에서 그렇듯이 죽음에 대한 공포에 절망의 날이

  연속되는 상황에서 혁명군 전사들의 욕구불만을 해소시켜

  전투의지를 드높인  여성들의 위무(慰撫)야말로

  후세에 칭송되어 마땅하다.

 

- 혁명군들 중 상당수가 아직 총각인 채로 죽어갈 지도 모르는

  판국에서 여성들의 능동적 봉사는

  유교적 관념이 지배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가히 혁명적이고

  인간적 순수한 희생이었다. 등등

 

반정부/반일 동학혁명 야사에서의 여성들의 성적 희생은

반정부 유신 철폐, 군부 독재에 항거해야 하는 유신체제 하에서의

대학인(大學人) 선각자들, 특히 여성회원들이 이어받기 위해

우선 정조부터 포기해야 하고 바로 오늘 이 시간이야말로

그 첫걸음을 내딛는 여명의 역사적 출전식이 되어야 한다는......

 

마치 전투 구호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자

결국 은아도 어쩔 수없이 “동지들 다수의 결론에 찬동하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아의 이 선언이 그날 주제토론의 결론이자

곧 써클 ‘여명’의 지하 아지트(술집을 개조한 방으로 꽤 넓었고

방음장치가 철저히 강구된)가 혼음 파티장으로 변하게 된 신호가 되었다.  

 

 

사전 안국원의 치밀한 준비와 짜여진 각본대로 여성 회원들은

몇몇 남성회원들에 의해 반 강제로 발가벗겨져

정조를 상실당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런 광란의 분위기에서 나는 선뜻 나설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은아쪽을 바라보니

이미 은아는 한 남성회원으로부터 벌써 가슴을 점령당하고 있었다.  

 

마치 에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회장 안국원은 얼굴이 벌겋게 흥분된 상태에서도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여성 회원들의 이탈시 외부 배포 위협용으로 써먹기 위한

그 치밀함.

 

여기에 희생되는 은아와 여성 회원들에 대한 측은함을

애써 외면한 채 이상한 막걸리의 몽롱함을 애써 이겨내며

평소 호의적으로 접근해 오던 진희와 을숙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2 - 3에 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