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쑈킹한 충고
은 아 강
(2-10)
락운강촌
《 재경 형님의 쑈킹한 충고 》
“ 군법회의에 회부될 뻔한 나를 적극 옹호해 주신 과장님은
결국 그 부대에서 퇴출되어 일반부대로 원복되었지만
전화위복이랄까...다행히도 중앙정보부에 차출되어 지금 거기서
근무하시고 계셔.
난 그분에게서 받은 은혜에 다소나마 보답하기 위해
그분 곁으로 찾아가려는 것이야.”
이 답변에 대해 '중앙정보부는 겉으로만 애국충정을 내세울 뿐,
미국으로부터 남로당원으로 의심받던 박정희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빨갱이 사냥을 할 때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를 비롯
빨갱이도 아닌 수많은 애국 인사들을 빨갱이로 때려잡는데 앞장을 섰으며,
1970년대에 가산을 처분하고 의연금을 모아 기관총·박격포 등을 구입,
독도 의용대를 모집하여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함정의 침범을
두 차례나 격퇴한 독도 수비대장인 예비역 특무상사 홍순칠을
사흘 동안이나 고문하고 오른손을 부러뜨리면서 다시는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등
민족 반역 행위를 일삼는 소굴인데 뭐 하러 자진해 들어가려느냐고 반박했다.
“ 종현아, 그건 자네 같은 좌파 운동권의 편협한 시각으로
보았을 때의 논리이고 좀 더 넓게 깊게 보아야 해.”
그는 5·16 혁명 후 물론 혁명 정부에서 빨갱이를 일소하다보니
일부 억울한 인사도 있었겠지만, 이로 인해 우리 나라에서 더 이상
남로당 같은 종북 공산세력이 날뛰지 못하도록 하여
북괴 김일성으로 하여금 다시는 제 2의 6·25를 획책하지 못하게
하였고,
독도 문제도 당시 여건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는 당시에 최빈국 위치에 있던 이 나라와 국민을
살리기 위해선 독도 문제를 잠시 접더라도 우선 일본의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일협정의 원만한 진행 차원에서
극우적인 홍순칠 같은 분의 입을 일시적으로 막았지만
이후엔 독도를 공동 소유하라는 미국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일축하였는 등
독도를 일본에 양보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고 정부를 옹호하고는
“ 종현아! 나라 걱정보다도
우선 너 자신부터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자.
내가 보기엔 대학에 들어가 학업에 전념하는 대신
빈부격차의 자본주의 사회적 모순에 집착하여 반정부 운동에나
앞장서려다가 사고를 저질러 숨어서 북괴방송이나 청취하면서
울분을 달래고 시간을 허비하는.......
참으로 미래와 꿈이 젼혀 없는
쓸모없는 청년에 불과한 존재가 바로 너야.
자!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빈부 격차의 약자라고 해서 이 사회를 뒤집어엎어야 하겠냐?
나라가 혼란하다고 너도나도 나서서 설쳐댄다고 질서가 잡힐 것
같으냐?
사회 구석구석에 숨어서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이기심을
버리고 착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진정 이 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지
뒤집어엎고 나면 이런 사람들이 저절로 생긴다든?
너희들이 민중에게 참 자유를 얻어주기 위한다는 구실로
민주화의 이름을 걸고 폭력 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 폭력은 결과적으로
너 개인적으로는 사상범이 되어 지금보다도 더
자유를 구속당하게 되거나
아니면 평생 기를 못 펴고 그렇게 숨어 지내는 폐인이 될 뿐이야.
자네와 이상한 인연이라서가 아니라 내 과거를 닮았기에
진심으로 선배로서 충고해 주겠는데
여기 이런 암자에서 시간 죽이지 말고 곧 군대도 가야 할 나이니까
나처럼 졸병으로 가서 3년 고생하지 말고 4년 반 짜리
하사관으로라도 가서 떳떳하게 군 복무하고 나와서
진정 건전한 새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 말 꼭 명심해라.”
쑈킹!
쑈킹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주변으로부터 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이런 충고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첫 대면이었지만 재경 형으로부터 그런 충고를 받고
며칠 동안이나 잠 못 자면서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 보느라고
나름 무척 힘겨웠다.
- 고시공부 하는 것도 아니요, 재경 형처럼 취직시험 준비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암자에 숨어서 고향 형님이 보내주는
하숙비나 허비하는 이런 쓸모없는 나 자신임을 깨달으면서
너무도 슬펐다. 열등감의 극치를 그제야 자각했다.
탈출해야 한다.
재경이 형 말이 맞다. 이렇게 청춘을 허비할 바에는
우선 당면과제인 군 의무복무부터 해결해야 한다. -
군청 병무과를 방문하여 자원입대 관련사항을 문의하고
군 간부가 되는 길도 알아본 결과
약 두 달 후에 3사관학교, 헌병 하사관, 보안하사관 등의
응시 코스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은아가 끌려갔었던 곳으로 추측되는 보안부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재경이 형에게 문의해 보았다.
“ 군 간부가 되는 길이 다 비슷하지만 특히 보안부대는
일반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보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신원조회를 아주 중요시 하거든.
자네가 재학시 이른바 불온 써클에 가입하여 활동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고 일반 수사기관인 헌병 쪽으로
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젊은이의 특권이랄까, 자존심이랄까?
남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충동.
나는 재경이 형의 권유와는 반대로
헌병이 아닌 보안부대 하사관 모집 시험에 응시하기로 감히 결심했다.
- 특히 은아와 관련되어 있는 곳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