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후편 1, 재회)
소꿉놀이
(후편)
락운강촌
1. 소꿉 각시와의 재회
000 야전 병원으로 파견 근무하게 되어
보직변경 시마다 그래 왔듯이 내가 근무할 곳의 구성원들 명단을
대충 확인하고 있던 중 아주 낯익은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간호부장 중령 강 덕 순'
강덕순?
동명이인이겠지.
설마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았던 소꿉각시 덕순이가 군 야전병원
간호부장직에 있을 리가 만무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그 덕순이라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동시에 그 반대 한 구석에서는 또 보고 싶은
간절함도 피어오르면서 기대감이 봄바람처럼 살랑이었다.
파견명령을 받은 후 며칠간 그 살랑임은 설렘으로 변하여
내 밤잠을 방해하기까지 하였다.
그 덕순일까? 이름만 같은 다른 여인일까?
드디어 병원에 도착한 날
원장과 행정부장에 대한 소개 인사를 대충 끝내고
간호부장실 앞에 이르러 잠시 멈추어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나서
조심스레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오! 어서 와요, 내 소꿉신랑 호철씨!”
소프라노성 외침과 동시에 조용한 건물 분위기가 일순간 확 바뀌면서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내 가슴에 와락 달려드는 덕순이.
엄청 커져 있는 농익은 유부녀의 젖가슴이 탄력 있게 부딪혀 왔다.
염려하면서도 기대했던 바로 그 덕순이였다.
함께 있던 간호장교들(2명)을 의식하여 어정쩡한 자세로
겨우 덕순이 팔에서 빠져나와 정중하게 악수부터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뭘 첨 봐? 나야 나 덕순이!"
"웃집 살던 덕순이 맞어?"
"놀랬지? 나도 너 전임자한테 듣고 놀랐어. 네가 나를 찾아 올
줄이야...정말 너무도 반갑다."
"정말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우리 나라가 참 좁기는 좁은가 봐요."
잠시 후 덕순이는 옆에 있던 두 간호장교들이 나가자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한방차를 타 주면서 자신의 걸어온 길을
간략하지만 차근차근 얘기해 주었다.
- 부모를 따라 고향을 떠난 후, 비록 시골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00여고까지 줄곧 장학생으로 공부했고
집안 형편상 유명 대학은 경제 여건상 엄두를 못 내고 국비로 공부할
수 있는 간호사관학교를 선택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단다.-
그리고 지금 동두천 지역에 근무하는 중령(진) 남편과 결혼도 하였지만
말 못할 사정 때문에 아직 아기를 못 갖고 있어 거리가 멀어 별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마음도 별거 상태라서 겉보기와는 달리 무척
외롭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래서 내 전임자로부터 후임자가 호철이라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레어 업무가 손에 안 잡힐 정도였단다.
"야, 때마침 점심시간인데 맛있는 거 사 줄게 나가자!"
"나 아직, 다른 분들한테 인사도 못했어. 여기서 점식 먹으면서
한꺼번에 인사하려 했는데...
"인사야 천천히 해도 돼.
그리고 나 오늘 자가용 하나 출고했는데 아까 지점장이
직접 번호판까지 달아서 갖다 줬지만 너랑 같이 시승하려고
아직 운전대도 안 잡고 기다렸어.
그러니까 잔말 말고 따라 와요!"
(벌써부터 명령조다. 옛날 소꿉놀이 때에도 그랬듯이....)
첫 운전이라서인지, 아니면 아직도 마음이 설레서인지 조수석에 앉아
있기가 불안할 정도로 덕순의 운전은 서툴렀다.
더구나 새로 산 자동차 냄새에다 덕순의 묘한 향수 냄새까지 겹쳐
시내까지의 단거리인데도 멀미기가 느껴졌다.
차멀미에는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을 해야 하는데도 마음과는 달리
자꾸 운전하는 덕순의 풍만한 가슴을 훔쳐보게 되었다.
난 왜 이리 여인들의 큰 가슴만 보면 약해질까?
아마 동생한테 엄마 젖을 너무 일찍 빼앗겼기 때문일 거라는
짐작도 해 보면서....
(내 아내 가슴 세 배는 되네....성숙한 모습이 정말 예전과 달리 너무 이뼜다.)
"너 운전면허 땄니?"
"아니, 아직은 차 살 돈도 없고...천천히 따지 뭐."
"앞으로 곧 자가용 시대가 올 테니까 빨리 따. 하지만 잘 됐다.
“뭐가?”
“아니...면허가 없다는 그 자체가 잘 됐다는 게 아니라...
나도 초보자이지만 어쨌든 운전 선배니까 내가 운전 가르쳐 줄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너한테 배우나 봐라.
절대 너한테 잔소리 들어가면서 배우지는 않으련다. )
"그런데 우리 이렇게 야자 해도 되는 거야? 최소한 남들 앞에서는
존댓말을 쓰자. 아까..... 간호장교들 앞에서 네가 와락 껴안아서
얼마나 민망했던지..."
"괜찮아. 걔네들도 내가 이미 소꿉신랑이 온다고 자랑해서 다 알고
있었어. 그리고 명색이 몇 십 년 만에 만나는 신랑인데 그럼 당연히
끌어안고 진한 뽀뽀까지도 해야 하는 거지 뭘 그래?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뽀뽀는 그래도 참았구먼."
@ (후편 2)부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