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후편)
락운강촌
7. 이혼
이미 소윤이, 아니 덕순이 남편 이한석이 설정한 그 시한이 어제로
지나가 버렸다.
우리는 전역 일까지 한 달 간의 시일이 더 필요했고
이 시간을 버는 일은 처음부터 소윤이가 추진해 왔었다.
아직 법적으로 부부관계인 남편을 소윤은 끈질기게 설득해왔는데,
육체적 남편 구실을 못 하는 현실과 시댁 식구들의 따돌림,
이런 결혼생활 유지의 어려움, 특히 부부생활 유지의 어려움 등
이로서 충분한 이혼 사유가 되지만 이를 모두 감안하여
맞고소 시엔 결코 그쪽이 이롭지 않다는 점을 부가시겨
그 옹졸한 남편을 설득, 하루가 지났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겨우 합의 이혼을 이끌어 냈단다.
(사실 내가 그 남편이라도 '남편 구실 운운....'하는 부분이에서는
두 말없이 항복하였으리라.)
그리고 내가 자진 사퇴하는 이상
그 한 장 요구의 당위성(해 회사에서의 퇴출)도 없어졌고
그들은 법적 이혼을 했지만,
이한석은 이미 시한일인 어제 성질 급하게도 우리 사령부 감찰실에
나의 불륜 사실을 진정하고야 말았었단다.
하지만 그 진정서가 우리 사령부에 도착하기 직전, 나와 소윤이는
예정대로 퇴직행사 등 순조로운(?) 항로에 접어들었지만
너무도 안타까운 크나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사랑하는 아내가 나의 정확한 사직 사유도 모른 채
나의 거짓 원대한 미래 설계만 믿고 나의 퇴직행사에 웃음을 띤 채
참석한 것-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그 어디 있으랴.
퇴역식 이전에 나는 아내에게 모든 걸 고백하려 했지만
끝내 말문을 열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애써 속으로 나는 공사를 막론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자위하면서 아내에 대한 죄의식을 최대한 줄이려 했으나
사실 그건 헛된 노력일 수밖에 없었다.)
내 아내는 이 무슨 날벼락인가?
(그 직전까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어차피 이 사실을 한꺼번에 알게 되었을 땐
아마 주저앉아 영영 못 일어 날 지도 모른다.)
두 자식들의 충격은 또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난 어차피 아내와의 이별을 거쳐야 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억지로 자위하고 있었으나
퇴역식에서 나는 아내를 붙들고 속죄와 더불어 한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나 육군하사일 적
느닷없이 부모 뜻에 따라 전통 혼례를 치른 후
보름 만에 남편이 근무하는 부대 앞 동네 월세 방을 얻어
살림을 시작하였으며,
남편이라는 자가 외상술값 갚고 사글세 내면 2천원(2,000원)만
달랑 남는 첫 월급도 월급이라고 내놓으니.....
반찬값마저 모자라 동네 농가에서 김매기 품을 팔며 그래도 나만을
남편이라고 받들었던 순진한 산촌 출신 착하기만 한 아내였기에......
그런데 퇴역식 직후 접수한 민원에 대해 민원 제기 당사자에 대한
소명자료가 필요한 우리 사령부 감찰실로서는 철저한 직무 수행을 위해
이에 대한 사실조사에 착수했고,
필수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아내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내는 이 감당할 수 없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발생한 충격에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고야 말았다.
하지만, 내 아내답게 강한 생명력을 발휘한 아내는 십여 일 만에 다시
돌아와 나로부터 퇴직금과 연금을 자녀 양육비로 보장받고 두 딸들과
함께 새 거주지를 마련해 이사했다.
다만, 잠시 법적 이혼만은 보류하자는 약속과 함께 우리 부부는
실질적 이혼 상태로 돌입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 아내답게 강한 생명력을 발휘한 아내는 십여 일 만에 다시
돌아와 나로부터 퇴직금과 연금을 자녀 양육비로 보장받고 두 딸들과
함께 새 거주지를 마련해 이사했다.
다만, 잠시 법적 이혼만은 보류하자는 약속과 함께 우리 부부는
사실 이혼 상태로 돌입하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길에서 넘어지면 먼저 돌을 탓하고,
만약 돌이 없으면 언덕을, 언덕이 없으면 자기의 구두를 탓하듯이
나는 나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는 겸손함을 외면하고...
오히려 홀가분하게 내 고향 그 어렸을 적 덕순이와의 소꿉놀이 터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컨테이너 한 채를 구해
마치 군대에서 한 겨울에 대규모 훈련 출동하듯
임시 필요한 짐만 꾸려서 산기슭에 발을 내디뎠다.
@ (후편 8)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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