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래올 전원일기 19 】7월 초 가래올 풍경
둘이는 서로 서로 부둥켜 않고는 울기도 하고 도망갈 궁리도 해보았지만
정해진 일을 물릴수도 뺄수도 없었습니다.
이에 생각다 못한 바우는 자기가 그 구렁이를 죽여 버리고 몽실이와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는 길을 떠났습니다.
바우는 구렁이와 싸우러 가기 전에 몽실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만일 백일 후에 내가 오지 않거나 배의 돛에 빨간 깃발이 꼽혀 있으면 내가 죽은거니까
도망을 가고 흰기를 꼽고오면 내가 구렁이를 처치한거니까 마중해 달라고 말을 하고는
길을 떠났습니다.
그후 100일이 다 되는 날까지 몽실이는 바닷가에 나가서 바우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바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답니다. 매일 매일 기도를 하면서.....
그러던 중 100일째 되는 날 드디어 멀리서 배의 앞머리가 보입니다.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 달려가던 몽실이는 그만 그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 오는 배에 꼽힌 깃발 윗 쪽에는 빨간 깃발이 꼽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윽고 배는 당도 하였고 배에서 내린 바우는 몽실이를 찾았으나
이미 몽실이는 죽은 후였습니다.
몽실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바우는 무심코 배윗쪽을 바라보았지요
그런데 그곳엔 흰깃발에 빨간 피가 묻은채로 꼽혀 있는게 아닙니까.
구렁이를 죽인 기쁨에 들떠서 구렁이의 피가 깃발에 묻은 줄도 모르고 그냥 그 깃발을
꼽고서는 한시빨리 기쁜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달려온 것이지요.
몽실이는 이 피묻은 깃발을 보고 바우가 죽은 줄 알고 자기도 죽은거구요.
마을사람들과 바우는 몽실이를 양지 바른 곳에 고이 장사지내었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예쁜 꽃이 붉게 피어나서는 백일을 꽃 피우다가 지더래요.
그후부터 사람들은 이꽃을 백일홍이라 불렀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