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 마누라
선녀 마누라
문원
우리 마누라는 선녀같다.아니 곧바로 선녀다.
仙境에 있는 여자가 아니라 우선 先자 先女, 얌체 선字 선녀다.
뭐든 자기 우선이요, 자기중심이며 자기위주다.
냉수 한 컵도 벌컥벌컥 자기가 먼저 마시고, 기막혀 멍하니 바라보는 내게
측은지심으로 굽어보다 "머글래?"고
통닭 한 마리 시켜 순식간에 날개 둘, 통통한 두다리 날름 해치우고는
"먹어,응? 왜 안 먹어? 어머! 난 닭다리가 네 갠 줄 알았네"라며
어물쩍, 얄밉게 넘어 가는 초엽기 얌체 先, 선녀다.
이쯤되면 남녀평등은 물건넌지 오래고, 페미니즘, 여성상위를 한참 웃돌아
여성 우월주의쯤 되나 보다.
마누라가 뭔 큰 벼슬 쯤 되는 줄 안다.
공공연히 아내는 하늘이고 남편은 땅이랜다.
기가 막혀 요즘 숨쉬기가 곤란하다.
천륜이 물구나무 서다 땅에 코박고 쌍코피 쏟기 유분수지...
한번은 친구놈들이 우르르 몰려 와, 안 될 줄 알면서도 무게 좀 잡고
난생 처음 술 심부름이란 걸 시켰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선녀님...대뜸 도끼눈 뜨고 가로되
"뭐라꼬? 내 보고 쏘주 사오라꼬...하이고~꿈도 암팡지네.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자기가 갔다 왓!"
그날부로 나는 애처가에서 담박 초고속 등업하여 꼼처가가 되어 부럿다.
마누라한테 꼼짝 못하는게 꼼처가라나...옘병...
이걸로 끝이면 내사 말을 안한다.
자라나는 금쪽같은 새싹들이 이 좋은 걸 속성으로 따라 배워
심부름만 시키면 하다못해 다섯 살짜리 딸아이도
"아빠, 잠깐만 ..나 지금 일하잖아..(장난감 갖고 놀면서 일은 뭔 일?)
아빠가 해..아빤 손이 없나아~발이 없나아~하고 가락에 추임새까지
덧붙이니 정말로 돌아버리는 게 편하다.
이런 아내도 진짜 선녀 같을 때가 있었다.
10년 연하인 아내와 연애할 때는 가을 낙엽만 즈려 밟고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사노라니 이건 숫제 이슬만 빼고 못 먹는 게 없다.
사쁜히 즈려 밟으리라는 낙엽은 두고 지 신랑만 밟는다.
아이 둘 낳고 나더니 배짱이 얼짱, 몸짱을 무색케 한다.
어쩌다 생각나 한 번 안을라치면...
"어이구! 이 주책바가지...늘거 가꼬.."하는데
내 정말 살아야 하나,말아야 하나...
그도 아니면 그냥 속절없이 늘거야 하나....